“믿을 수가 없다”…서울 청계천서 깜짝 발견된 '이것', 전 세계서 한국에만 산다
2025-05-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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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 청계천서 발견된 한국 토종 민물고기 정체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토종 민물고기가 서울 청계천에서 깜짝 발견돼 생태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복원 20년을 맞은 청계천의 생태계가 상당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유튜버 생물도감은 지난 13일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 5년 만에 청계천 어류 생태 조사에 나선 영상을 공개했다. 어망을 던져 물고기 포획에 나선 조사팀은 중류 구간에서 우연히 '쉬리'를 발견했다. 함께 탐사에 나선 민물고기 연구가 성무성 소장은 "믿을 수가 없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쉬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반도 외부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는 완벽한 한국 고유종이다. 몸길이 10~15cm 정도로 자라며, 맑고 물살이 빠른 여울에 살면서 수서곤충과 부착조류를 주로 먹는 생물이다. 특히 물살이 빠른 자갈 여울에서 산란하는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어, 하천의 건강함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어류학자 이완옥 박사는 "특정한 하천을 복원할 때 지표종이나 기준 종을 만든다. 지표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데, 20년이 지날 때까지 청계천의 목표는 여울에는 쉬리, 돌 밑에는 꺽지가 나왔으면 하는 거였다. 이런 목표종 중에 쉬리가 가장 대표적인 종이라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청계천을 상류, 중류, 하류로 나누어 각 구간별로 투망과 족대를 이용해 진행됐다. 상류에서는 피라미와 참갈겨니 등 총 8종의 어류가 발견됐으며, 물 상태는 양호했지만 종 다양성은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류 구간에서는 쉬리 외에도 다양한 어종이 발견됐는데, 이는 모래, 자갈, 큰돌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이 어류 풍부성에 기여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류 구간에서는 가물치, 향어, 중국산 붕어 등 대형 어종도 발견됐다. 특히 향어는 최소 20년 이상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크기와 체형 때문에 '물돼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국립중앙과학관 측은 이번 조사가 청계천 생태 복원 20년 후 어류 생태계 실태 파악 및 전시 준비를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포획이 금지되어 눈으로만 관찰했지만, 이번에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직접적인 조사가 가능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청계천 6개 지점에서 총 25종 내외의 물고기가 발견됐다.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는 깜짝 발견된 쉬리와 관련해 "인공적으로 복원된 청계천에 쉬리가 자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강이나 중랑천 이런 곳에서 올라왔을 수도 있는데, 인위적으로 인간에 의해 이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섣불리 말하기가 좀 어렵다"고 전했다.

쉬리는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의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다른 나라의 자연 하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렇게 특정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지리적 고립과 한반도 특유의 하천 환경(맑고 자갈이 많은 중상류 여울, 빠른 물살 등)에 적응해왔기 때문이다. 쉬리는 물살에 휩쓸리지 않도록 몸이 길고 유선형으로 진화했고, 자갈 여울에서만 산란하는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동안 청계천은 2005년 복원사업 완공 이후 여러 차례 물고기 집단 폐사 사태를 겪었고, 생태계 복원을 위해 인위적으로 물고기를 방류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쉬리는 수질이 맑고 물살이 빠른 여울이 있어야 서식 가능한 어종이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청계천의 환경이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리는 종종 '1급수 지표종'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여울 환경이 건강하면 2급수 수준의 하천에서도 비교적 잘 살아간다. 따라서 쉬리의 존재는 해당 하천의 여울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수질이 최상급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생태적으로는 여울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종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배스나 블루길 같은 생태계 교란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향어, 잉어 등은 유입종이지만 법적으로 제거 대상은 아니며, 반면 생태계 교란종(배스, 블루길)은 발견 시 즉시 제거해야 한다. 조사팀은 '있는 그대로의 생태계 보존'을 원칙으로 조사 후 대부분의 물고기를 다시 방생했다.
서울 청계천에서 쉬리가 발견됐다는 것은 도심 하천 복원과 생태계 건강성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쉬리는 서울 청계천을 비롯해 전국 여러 하천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 하천 환경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