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 최악...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 '이 한마디'로 싹 뒤집었다

2025-05-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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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하는 신유빈
16강 오를 시 세계 1위 쑨잉사(중국)와 맞붙는 최악의 대진

“16강까지 가면 쑨잉사와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전 경기들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쑨잉사와 대결한다면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 출전하는 세 종목 모두 메달을 따고 싶다.”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이 2024년 8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 독일의 완위안, 샤샤오나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이 2024년 8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 독일의 완위안, 샤샤오나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한국 여자탁구 간판 신유빈(21·대한항공)의 이같은 발언이 흔들린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켰다.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 출전하는 신유빈은 출국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각오를 전했다. 세계 최강 중국과의 불리한 대진, 강행군에 가까운 경기 일정에도 굴하지 않는 투지였다.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유빈은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표팀과 함께 대회 개최지인 카타르 도하로 출국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세 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복식은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 혼합복식은 임종훈(28·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뤄 나서며, 단식에선 세계랭킹 10위로 시드를 받아 출전한다. 그러나 그의 대진표가 공개되자마자 긴장감이 돌았다.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상대는 다름 아닌 세계 1위 쑨잉사(중국)였기 때문이다.

쑨잉사는 올해 월드컵에서 천싱통(세계 3위), 콰이만(세계 5위)을 연달아 꺾고 2연패를 달성하며 전 세계 탁구계를 압도하고 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까지 세 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한 현역 최강자다. 신유빈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대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침착하게, 차분히,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의 준비를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대표로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출전하는 세 종목 모두 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상대가 누가 됐든, 경기력에 집중하겠다는 자세는 스포츠 팬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랭킹 1위를 자랑하는 중국 대표팀 쑨잉사.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뉴스1
랭킹 1위를 자랑하는 중국 대표팀 쑨잉사.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 뉴스1

신유빈의 도전은 복식과 혼합복식으로도 이어진다. 혼합복식은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임종훈과 함께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이번에도 금빛 파트너십을 꿈꾼다. “(임)종훈 오빠와는 오래 해왔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이번엔 내가 오빠 플레이에 더 잘 맞추겠다”고 말한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많은 시간을 혼합복식 훈련에 투자했다.

여자복식은 새로운 파트너 유한나와 함께 출전한다. 왼손잡이 유한나와의 조합은 전지희 은퇴 이후 새롭게 꾸려진 복식 라인이다. 신유빈은 “(유)한나 언니와는 많이 해보지 않아서 아직은 어색하지만, 서로 믿고 경기하며 팀워크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파트너 전지희와의 금메달 경험이 있는 만큼, 새 조합으로도 메달권 진입을 기대하게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전 종목이 넉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되지 않는 구조다. 남녀 단식은 128강, 남녀 복식 및 혼합복식은 64강부터 시작된다. 조별리그 없이 곧바로 토너먼트로 접어드는 만큼, 초반 경기 집중력이 중요하며 선수들의 체력 안배 역시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각 종목 대진은 지난 4월 말 추첨을 통해 확정됐고, 신유빈은 고르게 강팀을 분산시키지 못한 편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도하 세계선수권은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세계선수권이다. 2004년 단체전 이후 21년 만에 도하가 세계 탁구 축제의 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신유빈은 도하라는 낯선 무대에서, 세계 최강자들을 상대로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린다.

대표팀은 총 11명이 출전한다. 남자부는 장우진(세아), 임종훈, 안재현(이상 한국거래소), 조대성(삼성생명), 오준성, 여자부는 서효원(한국마사회), 이은혜, 신유빈, 박가현(이상 대한항공), 유한나, 김나영(이상 포스코인터내셔널)로 구성된다. 유한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단식에 출전하며, 복식은 장우진-조대성, 임종훈-안재현(남자), 신유빈-유한나, 김나영-이은혜(여자), 임종훈-신유빈, 오준성-김나영(혼합)으로 편성됐다.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이 2024년 8월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이 2024년 8월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혼합복식은 24일 가장 먼저 결승전이 열리며 첫 금메달이 가려진다. 남녀 복식과 단식은 대회 마지막 날인 25일 결승이 예정돼 있다. 모든 경기가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만큼, 메달 색깔은 물론, 승패조차 한순간에 갈릴 수 있는 긴박한 일정이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를 통해 ‘차세대 에이스’에서 ‘진짜 에이스’로의 도약을 노린다. 이미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한 그는, 세계선수권이라는 최고 무대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시작한다. 누구나 부담을 느낄 만한 대진표 앞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출전하는 세 종목 모두 메달을 따고 싶다"는 말은 단순한 포부가 아니다. 지금의 신유빈은 그 한마디로, 금메달을 목에 걸 준비가 되어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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