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가 사과까지...한국 축구 레전드, 심각한 갈등 휩싸였다
2025-05-14 12:40
add remove print link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 맞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경영인
한국 축구계의 전설적인 골키퍼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김병지(55) 강원FC 대표이사가 최근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연고 도시인 춘천시와의 갈등과 자녀 특혜 의혹까지 겹치면서 김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춘천시와의 극한 대립, 결국 구단주가 직접 사과 나서
갈등의 시작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원FC가 올해 하반기 치러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강릉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강릉종합운동장이 AFC 규정(국제공항으로부터 200km 이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춘천시와 협의 과정에서 비용 문제와 시설 이용에 관한 이견이 발생했고, 김병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춘천시가 개최 의지가 없다면 내년 K리그 개최 의지는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내년부터 춘천에서 경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지역 폄훼 논란으로 번졌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민단체와 축구협회는 홈경기장에 '김병지 사퇴 촉구' 현수막을 게시했고, 구단 측은 이를 철거해달라고 춘천시에 요청했다. 연휴로 현수막이 즉시 철거되지 않자, 지난 3일 수원FC전을 앞두고 구단은 경기장을 찾은 육동한 춘천시장과 시청 공무원들의 출입을 막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지난 12일, 강원FC 구단주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직접 나서 "김병지 대표 문제로 여러 말이 있었다"며 "구단주로서 대신 사과드린다"고 중재에 나섰다. 이어 "체육인이다 보니 표현이 부족했을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구단주가 대신 사과했고, 그 사과가 시민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넓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김병지 대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아들 특혜' 논란까지 겹쳐
춘천시와의 갈등 외에도 김 대표는 자녀 특혜 의혹이라는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FC는 지난해 말 소속 공격수 양민혁을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로 이적시키며 계약서에 '강원 산하 18세 이하(U18)팀 영국 축구 연수 지원' 조항을 삽입했다.
여기에 '전국에서 선발한 고교생 유망주' 5명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소재 한 고교에 재학 중인 김 대표의 아들(골키퍼)을 포함시켰다. 김 대표의 아들은 강원FC 유소년팀 소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지난 3일부터 열흘간 영국 런던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토트넘과 주고받은 계약서에도 '강원 산하 U18팀 이외에 김 대표가 5명을 추가 발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전국 우수 유망주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다른 선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축구계에서는 "김 대표 아들이 전국대회 입상 이력을 보유한 건 맞지만, 전국 5명에 들 정도인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선발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갈등의 중심에 선 김병지… 성과와 논란 사이
현역 시절 한국 축구의 간판 골키퍼로 활약했던 김병지 대표는 지난달 9일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으로도 선임됐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제55대 집행부에서 K리그를 대표해 임명된 그는 프로축구와 협회 간 가교 역할을 맡게 됐다.

강원FC는 김 대표 부임 이후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과 구단 첫 ACL 진출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경영 면에서도 2024년에는 직전 시즌 대비 입장 수익 41%, 상품 판매량 224% 증가, 스폰서 수익 58% 상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평균 관중 9028명까지 끌어올린 팬덤 확장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지역 사회와의 갈등과 특혜 의혹은 그간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김 대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맨십과 대중성, 책임감을 함께 짊어져야 할 프로스포츠 구단 대표로서, 최소한의 설명이나 사과 없이 침묵을 이어가는 태도에 지역사회의 실망과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 대표가 어렵게 쌓아온 팬들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