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 하다가 기겁...전국서 '충격 목격담' 쏟아진 뜻밖의 멸종위기종

2025-05-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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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한국선 주로 관상용으로 아쿠아리움에서 보는 신비 생물

평범한 밑반찬인 멸치볶음을 먹다가 기겁했다는 목격담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멸치 속에서 발견된 ‘뜻밖의 존재’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 정체는 바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해양 생물, 해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해마(海馬)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보호대상으로 분류됐고, 국내에서도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귀한 생물이다. 말을 닮은 얼굴과 용을 연상케 하는 꼬리, 수컷이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독특한 생태로 잘 알려진 해마는 주로 관상용으로 인기를 끄는 생물로, 국내 주요 아쿠아리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신비롭고 보호가 필요한 해양생물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SNS, 육아·생활 카페 등에는 “멸치볶음에 해마가 들어 있었다”, “도시락 반찬에서 이상한 생물이 나와 확인해 보니 해마였다”는 제보가 다수 올라와 있다. 심지어 “갈치 새끼, 복어, 새끼 상어도 본 적 있다”며 멸치잡이 과정에서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의도치 않게 섞여 유통되고 있다는 목격담도 확인된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유튜버 ‘TV생물도감’도 직접 관련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마트에서 산 멸치에서 이런 것까지 나올 줄이야’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마른 멸치를 구입해 해마가 정말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영상에서 그는 “멸치는 작은 생물이기 때문에 조업 시 다양한 해양 생물의 치어들이 함께 잡힐 수밖에 없다”며 “해마도 조류를 타고 유영 중 그물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실험 결과, 멸치 속에서는 새우, 꼴뚜기, 게, 어린 볼락류 등이 발견됐다. 다만 아쉽게도 해마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버는 “제보 사례를 보면 실제로 해마가 볶음용 멸치에서 나오는 경우가 꽤 많다”며 “지인도 반찬가게에서 산 멸치볶음 속에서 해마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새끼 해마들은 조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멸치잡이 배의 그물에 잡히는 경우가 많다 /     유튜브 'TV생물도감'
새끼 해마들은 조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멸치잡이 배의 그물에 잡히는 경우가 많다 / 유튜브 'TV생물도감'
실제 멸치볶음에서 발견된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실제 멸치볶음에서 발견된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희귀 경험을 넘어 ‘멸치 조업 방식’에 대한 환경적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멸치는 그물망을 이용한 대량 조업 방식으로 잡히기 때문에 다양한 해양 생물의 새끼들이 함께 포획되며,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멸치는 어린 개체일수록 유통 과정에서 파손이 적고 볶음용으로 적합하다는 이유로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해마를 포함한 여러 희귀 치어들도 무분별하게 수확될 수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환여동 앞 바다에서 멸치잡이 어선들이 조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뉴스1
경북 포항시 북구 환여동 앞 바다에서 멸치잡이 어선들이 조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뉴스1

한국에서는 해마를 식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생태적 희귀성과 외형적 이질감, 그리고 멸종위기종으로서의 법적 보호 조치로 인해 해마는 관상용 또는 학술·전시 목적 외에는 소비되지 않는다. 해마를 요리로 사용하는 나라는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그렇다. 중국에서는 해마를 분말로 만들어 복용하거나, 기름에 튀기거나 탕으로 끓여 식재료로 활용한다. 시장 노점에서 말린 해마 꼬치를 파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이들은 해마를 정력 강화, 혈액순환 개선, 심지어 최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약재’로 인식한다.

중국 한방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해마 목걸이를 착용했다가 출산 후 국물로 끓여 먹는 민간요법이 전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보양식 재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해마를 요리해 먹는 문화가 거의 없다. 대중의 거부감이 강할 뿐 아니라, 해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어, 허가 없이 포획, 유통, 채취, 판매, 섭취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연구나 전시·교육 목적 등 특수한 경우에만 당국의 허가 하에 제한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

유튜브, TV생물도감

따라서 멸치볶음 속 해마 출현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밥상 속 작은 생물 하나가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와 연결돼 있고, 어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단지 ‘보기 드문 생물’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물망 속에서 뜻밖의 ‘생명체’가 걸려드는 지금, 반찬 한 접시에서도 해양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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