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발만 담갔을 뿐인데…피부 뚫고 수천개 알 낳아 실명시킨다는 '혐오 생물'
2025-05-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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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 가벼워 감염 인지하지 못해
유럽 주요 관광지의 강과 호수에서 사람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이 확산하면서 여행객의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9일(현지시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남유럽 지역에서 주혈흡충증(Schistosomiasis)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고 전했다. 주혈흡충증은 기생충 감염으로 발생하며, 기생충은 민물 달팽이를 중간 숙주로 번식한다.
이 기생충은 피부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 뒤 체내에서 수천 개의 알을 낳아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불임, 방광암, 실명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감염 초기에는 발열, 발진, 설사, 기침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를 감염 신호로 인식하지 못해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주혈흡충증은 원래 아프리카 사하라 인근 지역의 풍토병이었으나 최근 기후 변화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벨기에 루벤 대학교(KU Leuven) 연구진은 기온 상승으로 달팽이의 서식 환경이 넓어지면서 감염 지역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주혈흡충증에 대한 백신은 없지만 프라지콴텔(Praziquantel)이라는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NHS)는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발을 담그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근 감염 사례가 발생한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혈흡충증 사례는 드물지만, 최근 해외 여행객이나 파견 근로자를 통한 감염 사례가 간헐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 보고된 주혈흡충증 사례는 2건으로, 모두 아프리카 체류 경험이 있는 환자였다.
국내에서는 낙동강, 금강 등 일부 지역에서 흡충류 관련 경고가 간헐적으로 발령된 적이 있으며,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관리되지 않은 민물에서 놀다 간염된 사례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감염병 리스크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해외 여행 시 특히 열대, 아열대 지역에서는 민물 접촉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