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8m 거대 희귀동물... 대량으로 양식되는데도 멸종 우려 이유
2025-05-14 17:17
add remove print link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거대 도롱뇽
중국엔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거대 도롱뇽이 살고 있다. 몸길이 1.8m, 무게 45kg에 이르는 이 생명체는 3억 5000만 년 전 공룡과 함께 지구를 누볐던 녀석이다. 중국장수도롱뇽(Andrias davidianus). 세계에서 가장 큰 양서류로 알려진 이 동물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제법 유명하다. 생김새가 워낙 독특한 데다 멸종 문턱에 서 있는 희귀 동물이기 때문이다. 장수도롱뇽에 대해 알아봤다.
중국장수도롱뇽은 중국 중부와 남부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맑은 강, 개울, 호수에 서식한다. 이들은 완전 수생 동물이다.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밤이면 개구리, 물고기, 가재 같은 먹이를 사냥한다. 몸은 울퉁불퉁하고 주름진 피부로 덮여 있다. 점액 때문에 촉감은 매끄럽다. 눈은 작고 퇴화됐다. 시력은 약하지만, 코 끝의 감각절을 이용해 먹이를 찾아낸다. 이들의 독특한 외모와 생태는 ‘와와어’라는 별칭을 낳았는데, 이는 번식기 때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데서 유래했다. 최대 2m까지 자라는 개체도 있지만, 요즘은 1m 초반 크기의 개체가 대부분이다. 수명은 야생에서 80년, 사육 환경에서는 50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기록에서는 200년 이상 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중국장수도롱뇽은 진화적으로도 독특하다. 3억 5000만 년 전부터 거의 변하지 않은 외형 덕에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장수도롱뇽은 단일 종이 아니라 최대 9개의 아종으로 나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9년 런던동물학회는 이 중 가장 큰 아종을 ‘남중국거인도롱뇽(Andrias sligoi)’으로 명명했다. 각 아종은 중국의 서로 다른 지역에 분포하며, 유전적 다양성은 이들의 보존 전략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거대한 양서류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 20년간 개체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개체수의 80%가 사라졌으며, 야생에서 큰 개체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주요 원인은 식용과 약용 목적의 남획, 농경지 확장과 댐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 그리고 수질 오염이다. 중국장수도롱뇽은 한때 중국 전역의 강과 호수에서 쉽게 발견됐지만, 이제는 핵심 서식지인 친링산맥과 양쯔강 상류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드물게 관찰된다.
중국장수도롱뇽을 멸종위기종으로 규정하기엔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에서 이 도롱뇽을 대량 양식하는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중국 중부와 남부, 특히 산시성과 운남성에서 수백만 마리가 양식되고 있다. 산시성 친링산맥 주변에 전체 생산량의 70%가 집중돼 있다. 이곳에선 지역 가구의 60%가 양식에 참여한다. 이는 약초, 버섯 재배와 함께 지역 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방 정부는 양식을 적극 지원한다. 일부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중국장수도롱뇽 양식 사업에 투자한다.
2009년 산시성에서만 연간 500톤의 도롱뇽이 생산됐다. 양식 도롱뇽은 식용, 약용, 그리고 일부는 야생 방사를 위해 사용된다. 양식 환경에서는 자연 번식이 어렵다. 양식자들은 야생 개체를 포획해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오히려 멸종을 가속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런던동물학회와 중국 산시성 사범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양식장이 서식지 근처에 밀집해 있어 유전자 오염과 질병 전파 위험도 크다.
중국장수도롱뇽은 중국에서 식용으로 널리 소비된다. 운남성 대리 같은 관광지에서는 식당들이 대야에 도롱뇽을 담아놓고 판매한다. 한화로 1kg당 1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장수도롱뇽은 고급 식재료다. 찜, 탕, 구이 형태로 조리된다. 마늘, 생강, 간장과 함께 찜통에서 장시간 쪄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요리가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도롱뇽을 먹는 것을 낯설게 여겼지만 양식 산업의 확장과 함께 식용 문화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장수도롱뇽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양식과 식용이 지역 경제에 기여하지만 야생 개체의 포획과 서식지 파괴는 멸종 위기를 심화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 아종별로 별도의 보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장수도롱뇽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큰 양서류를 영원히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야생 중국장수도롱뇽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불법 포획을 단속하지만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장에서 방사된 도롱뇽이 야생 개체군과 섞이며 유전적 순수성을 해칠 가능성도 문제로 떠오른다.
중국장수도롱뇽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한다. 한편으로는 지역민의 생계 수단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귀중한 생명체다. 과학자들의 경고대로라면 이 거대한 양서류가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