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가장 생명력이 강한 불사조 동물... 한국선 생으로 먹는 별미

2025-05-1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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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4등분하면 4마리가 되는 미스터리한 동물

깊은 바다 속 모래에 묻혀 느릿느릿 움직이는 검은 몸체. 바로 해삼이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해양생물처럼 보이지만 해삼은 지구상에서 가장 기이한 재생능력을 가진 생명체 중 하나다. 몸을 반으로 자르면 2마리가 되고 내장을 통째로 뱉어도 몇 주 만에 완벽히 복구하는 해삼의 놀라운 생명력은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생존에 위협을 받자 내장을 토해해는 해삼. / '놀잡지' 유튜브
생존에 위협을 받자 내장을 토해해는 해삼. / '놀잡지' 유튜브

해삼은 극피동물문에 속하는 해양 무척추동물이다. 전 세계 바다에 약 15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재생력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됐다. 특히 해삼은 천적에게 위협을 느끼면 자신의 내장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내장 자절(自切)'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독특한 방어 전략이다.

해삼 / 픽사베이
해삼 / 픽사베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삼은 몸이 두 조각으로 완전히 잘렸을 때도 각 부분이 완전한 개체로 재생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 몇 주 만에 이뤄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몸의 약 4분의 1만 남아도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잘린 부위 각각이 한 마리의 해삼이 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다른 생물들과 비교할 때 실로 놀라운 능력이다.

해삼의 재생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2022년 중국과학원의 연구팀은 해삼의 유전체를 분석해 재생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들을 식별했다. 연구팀은 특히 '모리시타 인자(Morishita factor)'라고 명명한 단백질이 세포 재생과 분화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왕 리 박사는 "해삼은 단순히 잘린 부위를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고 조직을 재구성한다. 이는 인간의 재생의학에 큰 시사점을 준다"라고 설명한다.

해삼 / 픽사베이
해삼 / 픽사베이

해삼의 가장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자가 내장 제거(autovisceration)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삼은 소화기관, 호흡기관, 생식기관을 포함한 내부 장기의 대부분을 항문을 통해 배출한다. 이후 불과 1~3주 만에 새로운 내장을 완벽하게 재생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삼은 특수한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손실된 조직을 빠르게 대체한다.

일본 도쿄대학의 마사히로 미야시타 교수팀은 해삼의 이러한 극단적 재생 능력이 특수한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단백질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단백질은 콜라겐과 유사하지만, 손상된 조직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연구팀은 "해삼의 세포외기질은 마치 3D 프린터처럼 정교하게 새로운, 건강한 조직을 '프린트'한다"라고 설명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삼이 신경계를 포함한 복잡한 조직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신경 조직이 손상되면 복구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해삼은 중추신경계까지도 재생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해삼은 신경 손상 치료법 연구에도 중요한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해삼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높은 생존력을 보인다. 수온이 급격히 변하거나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대사를 극도로 낮춰 생존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일부 종은 수개월 동안 물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햇볕에 바짝 말린 해삼과 녹은 해삼을 물에 다시 넣었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캐롤린 스테판 박사는 "해삼은 지구상에서 가장 회복력이 강한 생물 중 하나"라며 "어쩌면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환경 변화에도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이를 추측할 수 있는 부위가 없기에 아무도 해삼의 나이를 모른다거나 노화의 흔적이 없어 언제 죽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도 해삼이라는 동물에 미스터리를 부여한다.

해삼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오랫동안 귀한 식재료이자 약재로 여겨져 왔다. 회, 볶음, 찜, 탕 등으로 즐긴다. 한국에서는 해삼을 회로 먹는 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중국에서는 해삼을 '해참(海參)'이라 부르며 최고급 식재료로 대접한다. 특히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 때 해삼 요리를 빼놓지 않는다. 해삼의 뛰어난 재생력에서 비롯된 생명력이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삼을 닭 육수나 소 육수에 장시간 끓이거나 동파육과 함께 조리하는 '해참동포'가 대표적인 요리다.

해삼 요리 / 픽사베이
해삼 요리 / 픽사베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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