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함부로 만지면 큰일 난다…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시급하다는 동물
2025-05-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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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 만지면 벌금 약 27만 원 부과될 수도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 모여 있는 곳이다. 독을 지닌 거미, 위장 능력이 뛰어난 뱀, 해안에서 인간을 위협하는 해파리까지 이처럼 거칠고 위협적인 생태계 한가운데 뜻밖의 존재가 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불리는 쿼카다. 쿼카는 웃는 얼굴로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지만 그 미소 뒤엔 또 다른 현실이 숨어 있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 쿼카

쿼카는 호주 로트네스트섬에 주로 서식한다. 야행성 유대류로 주로 풀잎이나 잔디를 먹으며 살아간다. 항상 웃는 듯한 얼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설치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캥거루과에 속한다.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특징도 이 때문이다.
몸길이는 40~54cm, 꼬리는 25~30cm 정도다. 몸무게는 2.5~5kg 사이. 전반적으로 작고 통통한 체형이다. 낮에는 바위 틈이나 나무 그늘에서 쉬고 밤에 활동하는 특성을 지닌다. 무리를 이루고 생활하는 경향이 있으며 습한 초지, 숲가, 낮은 관목지대를 선호한다. 뛰어난 점프 실력으로 덤불 사이를 민첩하게 오간다.
쿼카는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의 일부 해안 지역과 섬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특히 로트네스트섬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볼디섬, 서호주 본토 일부에서도 발견된다. 섬에는 천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계심이 약한 편이지만 본토에서는 여우, 고양이, 뱀 등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며 생활한다.
쿼카는 1658년 네덜란드 탐험가에 의해 처음 기록됐다. 당시 탐험대는 주머니에 새끼를 넣고 있는 쿼카를 보고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쥐라 착각했다. 섬 이름도 ‘쥐의 둥지’라는 뜻의 로트네스트로 붙였다.
쿼카는 낯선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먼저 다가오는 일이 많다. 일부는 관광객이 든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이 모습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한 쿼카 셀카(quokka selfie)는 세계적인 유행이 됐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해시태그 #quokkaselfie가 수천만 회 이상 사용되며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마고 로비, 크리스 헴스워스 같은 유명 배우도 로트네스트섬을 찾아 쿼카와 사진을 찍었다. 해당 사진들이 언론에 소개되며 쿼카의 인기는 더 빠르게 확산됐다.
■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필요한 쿼카

하지만 인기에 가려진 문제가 있다. 쿼카는 현재 멸종위기종이다. 외래종 유입, 서식지 개발로 인해 로트네스트섬 외 지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96년부터 취약종으로 분류됐고 2013년부터는 호주 정부가 본격적인 보호에 나섰다.
문제는 사진 유행과 관광객 증가가 오히려 쿼카에게 부담이 됐다는 점이다. 일부 방문객은 사진을 찍기 위해 쿼카를 깨우거나 발로 차며 위협하기도 했다. 낮잠이 필수인 야행성 동물 쿼카에게 이런 행동은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쿼카는 원래 풀잎이나 야생 식물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데 관광객들이 주는 음식에 익숙해지면 본래 생태에 혼란이 생긴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근함이 쿼카에게는 독이 됐다. 이를 막기 위해 호주 정부는 벌금 규정을 만들었다.
현재는 쿼카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최대 300호주달러, 한화 약 27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로 인해 쿼카는 ‘다가오는 벌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