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경사…60년대 쥐잡기 여파로 사라진 한국 '1급 멸종위기종' 국내서 5마리 탄생
2025-05-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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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서 '토종 여우' 5마리 탄생, 2년 연속 번식 성공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번식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무려 7년 만에 5마리 번식에 성공한 데 이은 2년 연속 겹경사다.

서울대공원은 15일 지난달 대공원에서 토종 여우 5마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고 뉴스1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7년 만에 토종 여우 번식에 성공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거둔 성과다. 대공원 측은 과거 한반도 곳곳에 서식하다 1960년대 일명 '쥐잡기 운동' 이후 자취를 감춘 여우 개체 수를 점차 늘려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012년부터 한국 토종 여우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공원은 2022년 국립공원연구원과 연구 협약을 맺고 여우를 반입해 번식 시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울대공원은 '한국 토종동물 보전 중심' 전략 추진을 위해 30년 넘게 토종동물 번식장 개선 작업을 거쳐 2022년 10월 마침내 1만 2500㎡ 규모의 종보전센터를 완공한 바 있다.
이후 반입 1년 만인 지난해 서울대공원에서 여우 5마리가 태어나면서 멸종위기종 복원 작업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야생 등 전국에 서식하는 여우는 약 120마리다.
여우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포유류에 포함된다. 호랑이, 수달, 반달가슴곰, 늑대, 물범 등이 바로 이 멸종위기 1급 포유류다. 이들을 포획하거나 채취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공원 측은 번식한 개체들을 연구원과 교류해 야생으로 돌려보낼 방침이다. 여우는 자연 적응 훈련을 거친 뒤 방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공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개체 교류를 통해 야생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여우는 1960년대 쥐 박멸 운동 기간 쥐약에 중독된 쥐를 먹고 2차 중독을 일으키며 떼죽음을 당해 개체 수가 급감했다. 실제 1964년 10월 15일 자 동아일보 보도에는 "여우만 해도 전에는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았는데 쥐약을 먹은 쥐를 먹고 죽거나 사냥꾼들에게 잡혀 멸종의 위기에 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같은 신문 1990년 11월 29일 보도에는 "여우의 경우 6·25 이전까지 전국 야산에 고루 있었지만 청산가리로 꿩을 많이 잡으면서 죽은 꿩을 먹은 여우들이 떼죽음해 사라졌다는 것이 자연보존협회의 분석"이라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여우는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포유류이다. 코가 좁고 길쭉하며 꼬리는 북슬북슬하고 끝은 흰색이며 짧다. 주둥이는 뾰족하고 황갈색에 가까우며 팔·다리의 전면에는 북방 여우와 같이 현저하게 흑반점이 있다. 꼬리의 아랫면은 희고 윗부분의 털은 붉다.
전형적으로 소집단으로 살며 설치류, 메뚜기 그리고 딸기류의 열매를 먹는다. 주로 야산이나 공동묘지 등에 굴을 파서 생활한다. 남한에서는 거의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복원 사업으로 인해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해외에는 전 세계적으로 12여 종의 여우가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여우는 유라시아 대륙(중국 동부 지방, 만주), 북아프리카, 캐나다, 미국 등 가장 널리 서식하는 종이다.
1~2월에 짝짓기하며 이 시기에는 암컷 1마리에 수컷 10마리까지 쫓아다닌다. 대개 암컷은 1마리의 수컷을 선택하여 교접한다. 임신기간은 약 50~60일로 파악된다. 한 번에 4~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앞서 2013년 9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경북 영주 단산면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 토종 여우 세 쌍(6마리)을 방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방사된 여우는 '토종 여우 복원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들여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관리하고 있던 1~2년생 개체들이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단 종복원기술원의 경북 영주 중부복원센터에서 서식 중이던 토종 여우 26마리 중 야생성이 우수한 6마리를 선별해 방사했다.
당시 여우는 자연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의견과 국내외 사례를 반영한 '연방사' 방법을 도입해 실시됐다. 연방사란 여우 서식환경과 유사한 장소를 자연 방사장으로 조성해 야생에 방사하기 전 개체 상태나 적응 정도에 따라 기간을 설정해 적응 훈련하고 적응 후 출입문을 개방해 자연스러운 출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방사 후에는 방사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사후관리 전담 2개 팀이 방사 6개월까지 주야간 집중 환경 모니터를 실시하고 이후 배설물 수집 분석 등 간접 관리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사업의 성공을 위해 환경부는 지역 주민의 불법 사냥도구 수거 활동과 밀렵·밀거래 감시활동 등을 지원하고 지역 주민으로 ‘여우 명예 보호원’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여우 복원 사업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