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화인 줄…40년째 한결같이 다이버 할아버지 찾아오는 강아지 같은 혹돔

2025-05-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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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할아버지와 특별한 우정 자랑한 혹돔 수컷 '요리코'

일본 다테야마 바닷가에서 60년 넘게 다이버였던 히로유키 할아버지가 40살로 추정되는 혹돔 수컷과 30년 넘게 우정을 나눠 온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혹돔 '요리코' / 유튜브 'KBS 다큐'
혹돔 '요리코' / 유튜브 'KBS 다큐'
40살로 추정되는 혹돔 수컷 '요리코' / 유튜브 'KBS 다큐'
40살로 추정되는 혹돔 수컷 '요리코' / 유튜브 'KBS 다큐'

37년 전 바닷속에서 만난 그날부터 쭉 물고기와 우정을 나눠 왔다는 한 일본인의 사연이 한국 네티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바다와 육지, 사람과 물고기, 1부터 10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30년 넘게 쭉 이어져 온 이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라카와 히로유키는 일본 다테야마 바닷가에서 60년 넘게 일해 온 잠수부다. 그는 바닷속에만 들어가면 37년째 자신을 한결같이 찾아오는 혹돔이 있다며 직접 그 모습을 KBS 다큐팀에 보여줬다.

유튜브 'KBS 다큐'
유튜브 'KBS 다큐'
요리코를 향해 손짓하는 히로유키 할아버지 / 유튜브 'KBS 다큐'
요리코를 향해 손짓하는 히로유키 할아버지 / 유튜브 'KBS 다큐'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라던가. 하지만 영상에서 할아버지가 먹이를 건네자 혹돔은 저 멀리서 망설임 없이 헤엄치며 다가왔다. 30년 넘게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따르는 이 혹돔의 이름은 '요리코',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었다. 멍청한 줄로만 알고 있던 물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요리코와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더욱 낯설고 특별한 이유는 요리코 종의 특성 때문이다. 혹돔은 워낙 예민한 탓에 굴속에 항상 숨어 지내 다이버들도 만나기 어려운 물고기다. 게다가 이렇게 사람을 따르는 모습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히로유키 할아버지가 다이빙벨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요리코를 안아주는 모습 / 유튜브 'KBS 다큐'
히로유키 할아버지가 다이빙벨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요리코를 안아주는 모습 / 유튜브 'KBS 다큐'

요리코는 할아버지가 다이빙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조차도 곁을 맴돌며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할아버지가 이름을 부르면 다이빙벨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그런 요리코를 품 안에 가둔 채 강아지처럼 쓰다듬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물고기의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물고기가) 사람 말을 듣지 않아서일 뿐이고 그들은 우리를 보고 안다. 그래서 곁에 와주는 거다. 곱셈, 나눗셈은 할 수 없지만 이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 괜찮다는 것을 물고기는 잘 알기 때문에 안심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히로유키 할아버지와 요리코의 모습 / 유튜브 'KBS 다큐'
젊은 시절 히로유키 할아버지와 요리코의 모습 / 유튜브 'KBS 다큐'

지금 요리코는 수컷이지만 할아버지와 처음 만났을 때는 암컷이었다. 혹돔은 성전환을 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나 수컷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무리 중 가장 큰 암컷만이 수컷으로 바뀐다. 2017년 영국 BBC 방송에서는 암컷 무리 중 수컷으로 성전환한 한 마리의 혹돔이 그때까지 암컷 무리를 이끌던 수컷 혹돔을 내쫓는 기묘한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성전환으로 수컷이 된 혹돔은 무리를 이끌던 기존 수컷 혹돔에게 입을 크게 벌려 싸움을 신청한 뒤 상대의 입 주변을 찢어 승리를 쟁취했다.

혹돔은 수컷의 이마에 커다란 혹이 발달하는 것이 특징인 대형 놀래기과 어류로, 주로 일본 중부 이남,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 제주, 동해 남부, 울릉도·독도 등지의 암초지대에서 서식한다. 강한 턱과 송곳니로 전복 등 단단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다. 혹돔 무리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지배하는 ‘하렘(harem·고대 이슬람 군주가 아내들과 첩들, 여종들을 한데 모아 생활하게 한 공간)’ 형태의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영국 BBC 방송이 포착한 장면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한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물고기의 기억력이 3초'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KBS 측이 실험한 결과 낚시에 한 번 걸렸던 쏨뱅이를 따라가 같은 미끼를 내밀자 미끼를 보고 주행을 쳤다. 이번엔 쏨뱅이가 좋아하는 소라살로 유혹하자 처음엔 덥석 물었으나 바늘에 걸린 뒤로는 다시 보여줘도 외면했다. 주변 물고기들이 모두 미끼에 달려들 때도 해당 쏨뱅이만큼은 두 번 다시 물지 않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낚시 도구에 학습된 물고기는 두 달 후에도 기억을 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놀래기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다소 놀라운 장면이 포착됐다. 바이버가 그물로 이들을 잡은 뒤 놓아주고 11개월 후 다시 찾아가자 청소놀래기들이 잽싸게 바위 밑으로 숨은 것이다. 이는 청소놀래기들이 11개월간 그 공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유튜브, KBS 다큐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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