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흔한데 어지간한 채소보다 훨씬 맛있어서 재배까지 하는 들풀
2025-05-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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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보다 뿌리가 진짜... 생으로 먹으면 매콤한 맛이 특징인 한국 나물

봄이면 들판이 노랗게 물든다. 작고 소박한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존재를 알린다. 그중 속속이풀은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한 번 맛보면 잊기 힘든 매력을 뽐낸다. 한국의 논두렁과 강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어지간한 채소보다 훨씬 맛있다는 말을 듣는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가 유망 작물로 재배하기도 한다. 이름마저 정감 있는 속속이풀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논두렁의 단골' 속속이풀의 생김새와 서식지
속속이풀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30~6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거나 살짝 기울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털이 없어 매끈한 느낌을 준다. 뿌리잎은 로제트 형태로 뭉쳐난다. 길이는 7~15cm, 폭은 1.5~3cm다. 잎은 깃꼴로 깊게 갈라져 독특한 모양을 띤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얕게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이거나 톱니처럼 생겼다.
꽃은 5~6월에 핀다. 노란색 꽃은 줄기와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각각 4개씩, 긴 타원형이다. 수술은 긴 것 4개와 짧은 것 2개로 구성된다. 암술대는 매우 짧고, 암술머리는 2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각과다. 길이는 4~6mm, 폭은 2~2.5mm 정도다. 열매 윗부분에는 짧은 암술머리가 남아 있다.
속속이풀은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강변, 논두렁, 도랑 주변, 습지에서 쉽게 발견된다.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북미, 남미, 유럽, 호주 등 북반구의 온대와 난대 지역에서도 자란다. 특히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는 ‘황새냉이’로 불리며 친숙하다.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속속이’라는 이름은 뿌리가 연하고 부드러워 쉽게 뽑히는 모습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뿌리를 캐낼 때 ‘속속’ 뽑히는 소리가 연상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제철은 봄, 특히 3~4월이다. 이때 뿌리가 연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잎이 무성해지기 전, 새순이 막 올라올 때 캐는 것이 좋다. 뿌리는 질겨지기 전에 수확해야 맛이 뛰어나다.
뿌리부터 잎까지... 속속이풀의 요리법과 맛
속속이풀은 뿌리와 어린잎을 주로 먹는다. 뿌리가 봄철 별미로 꼽힌다. 굵고 흰 뿌리는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매콤한 향이 난다. 생으로 먹으면 매운맛이 강하다. 데치면 매운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단맛이 돋보인다. 잎은 샐러드나 나물로 활용된다. 어린잎은 쓴맛이 적어 생으로 먹기에도 좋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방법은 뿌리를 데쳐 나물로 무치는 것이다. 데친 뿌리를 고추장, 마늘, 참기름, 식초, 고춧가루로 버무려 새콤달콤하게 만든다. 이때 살짝 데쳐야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 너무 오래 데치면 물러지고 맛이 떨어진다. 된장국에 넣어 끓이거나 볶음으로 즐기기도 한다. 잎은 샐러드, 생무침, 김치, 튀김 등으로 변신한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뿌리를 장아찌로 담가 먹는다. 고소하고 짭짤한 장아찌는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맛이 좋아 일부 농가가 고소득 작물로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 시 주의할 점이 있다. 뿌리는 연해서 캐낼 때 쉽게 부러진다. 호미보다는 삽을 사용해 뿌리 전체를 온전히 캐는 것이 좋다. 뿌리와 잎의 연결 부위는 흙이 묻어 지저분할 수 있다. 깨끗이 다듬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잎은 꽃이 피기 전의 연한 것을 골라야 쓴맛이 적다.
건강을 챙기는 속속이풀의 효능
속속이풀은 식재료일 뿐 아니라 약재로도 사랑받는다. 한방에서는 ‘풍화채’라 부른다. 매콤하긴 하지만 성질은 평이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독성은 없다. 잎과 뿌리를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하루 적당량을 달여 마신다.
속속이풀엔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세포 산화를 막아 노화를 억제한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간 기능을 활성화한다. 몸속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눈 건강에도 좋다. 폐를 촉촉하게 해 폐렴 같은 폐질환에 효과가 있다. 항암 효과도 주목받는다. 악성 종양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혈액 순환을 개선한다. 고혈압 같은 혈관 질환 예방에 유익하다. 염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뿌리 깊은 옹종이나 골수염, 인후염 치료에 쓰인다. 소변 배출을 돕는다. 방광염, 요도염, 여성 질환, 부종 완화에 좋다. 춘곤증을 해소하고 식욕을 돋운다. 활력을 북돋는 데도 유용하다.
영양 면에서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봄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채워준다. 뿌리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적절히 들어 있다. 잎에는 비타민 C와 칼슘이 많다. 저칼로리 식재료로 다이어트에도 적합하다.
속속이풀과 그 이웃들
속속이풀은 개갓냉이와 구슬갓냉이와 비슷해 혼동되곤 한다. 개갓냉이는 열매가 더 길고 가늘다. 잎의 갈라짐이 적다. 줄기잎은 위로 갈수록 갈라짐이 거의 없다. 속속이풀은 잎이 깊게 갈라지고 열매가 통통하다. 구슬갓냉이는 열매가 둥글고 작다. 속속이풀의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구분된다.
황새냉이라는 이름도 자주 오해를 낳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속속이풀을 황새냉이로 부른다. 하지만 황새냉이는 별개의 종이다. 황새냉이는 뿌리가 더 가늘고 잎이 덜 갈라진다. 속속이풀은 뿌리가 굵고 튼실하다. 이런 차이를 알면 들판에서 속속이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