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넘는 압도적 크기...한국 천연기념물이었는데 지금은 식당서도 파는 물고기

2025-05-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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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면 위험... 천연기념물서 해제해 현재는 자유롭게 양식하는 물고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태장어 사진. 일본의 한 네티즌이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나무위키에도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태장어 사진. 일본의 한 네티즌이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나무위키에도 올라와 있는 사진이다.

강원도 고성군의 한 양식장. 원형 수조 안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꿈틀댄다. 무태장어. 한때 한국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던 이 물고기가 식탁에 올라왔다. 2m를 훌쩍 넘는 크기, 황갈색 몸에 흩뿌려진 구름무늬 반점. 무태장어는 신비로운 생태와 독특한 맛으로 주목받는다. 이 거대한 민물고기의 이야기를 파헤쳐 보자.

무태장어 / 이마트
무태장어 / 이마트

무태장어는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름 모양의 암갈색 무늬와 작은 반점으로 구별된다. 최대 2m 이상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1978년 무태장어는 천연기념물 제258호로 지정됐다. 한국에서는 희귀한 열대성 어종이기 때문. 제주도 천지연 폭포, 전라도 탐진강, 경상도 오십천 등 남부지방 하천 심연부에서 소수만 발견됐다. 특히 천지연은 무태장어의 최북단 서식지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이곳은 지금도 보호받는다.

하지만 2009년 무태장어 종 자체는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태장어는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비교적 흔한 어종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대규모 양식이 이뤄진다. 식용 목적으로 국외에서 반입되는 상황에서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반입 후 사육 허가를 불허하기도 어려웠다. 천연기념물이 식용으로 유통되면 국민 정서와 문화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컸다. 게다가 천지연 서식지가 이미 보호받고 있으니 종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실질적 효과가 적었다. 결국 무태장어는 자유로운 양식과 유통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태장어 사진. 일본의 한 네티즌이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태장어 사진. 일본의 한 네티즌이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생물 전문 유튜버 김준영은 2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에서 무태장어 양식 현장을 소개했다. 강원 고성군에 있는 해당 양식장은 뱀장어와 무태장어를 함께 키운다. 원형 축양장 수십 개가 어두운 실내에 빼곡하다. 무태장어는 어둠을 좋아한다. 조명은 최소화한다. 수조 안에는 수천 마리의 장어가 꿈틀댄다.

영상에 따르면 이곳에서 무태장어는 약 3년간 키워진다. 뱀장어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 큰 개체는 2m 길이에 몸무게 15kg까지 자란다. 양식장은 어분과 전문 사료를 반죽해 먹이를 만든다. 쫀득한 사료를 수조에 던지면 장어들이 물 밖으로 튀어 오르며 먹이를 낚아챈다.

이곳에서 키운 무태장어는 가공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양식 규모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김준영은 수만마리가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양식장 외에도 중국, 동남아에서 수입한 치어를 키우는 양식장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태장어는 열대성 남방계 어종이다.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 폴리네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남태평양에 걸쳐 분포한다. 한국과 일본 나가사키는 분포의 최북단이다. 하천 심연부에서 산다. 치어, 갑각류, 패류, 개구리 등 살아있는 동물을 먹는다. 육식성이 강하다. 아랫턱이 윗턱보다 튀어나와 이빨은 둔한 원뿔형이다. 물리면 위험하다.

담수에서 5~8년 서식한다. 이후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한다. 산란지는 뉴기니 북부, 보르네오 동북부, 수마트라 서부 멘타와이 해구로 추정된다. 치어는 난류를 따라 하천으로 돌아온다. 국내 산란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만, 오키나와, 중국, 필리핀 근해로 추측된다. 흥미롭게도 무태장어는 잠을 누워서 잔다. 수족관에서 이를 본 사람들이 죽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요리는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주로 구이로 먹는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가 대표적이다. 김준영은 영상에서 무태장어와 일반 뱀장어를 비교하며 맛을 평가했다. 김준영에 따르면 무태장어는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뱀장어보다 느끼함이 덜하다. 껍질은 두툼해 씹는 맛이 강하다. 반면 뱀장어는 쫄깃하고 진한 풍미가 돈다. 일반적으로 무태장어는 뱀장어보다 맛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식 기술이 발달한 까닭인지 한국 양식 무태장어는 뱀장어와 맛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뱀장어보다 저렴하다. 그렇더라도 싸진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손질한 무태장어가 1kg에 5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 뱀장어목 어종은 점액과 피에 독이 있다. 생식은 금지된다. 양식 무태장어는 안전하게 가공되지만 조리 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찜, 탕, 튀김으로도 먹는다. 한국에서도 식당이 늘고 있다. 포털 검색만 해도 판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무태장어 효능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민간에서는 장어류가 스태미나 식품으로 여겨진다.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다.

무태장어는 압도적인 크기 덕분에 식용 외에도 수족관에서 인기다.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있다. 다만 대형 수조가 필요하다. 육식성이 강해 금붕어, 새우, 냉미 등을 먹이로 준다. 성격이 사나워 합사 때 주의해야 한다. 환수나 핸들링 중 물릴 위험이 있다.

'TV생물도감' 유튜브 채널에 소개된 무태장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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