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도 올렸는데... 중국이 싹 쓸어가 구경도 못하는 이 한국 물고기
2025-08-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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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대서 달려갔는데... 요즘 수산시장서 보기 힘든 생선들

대한민국 바다가 점점 텅 비어가고 있다. 한때 생선으로 넘쳐나던 수산 시장은 이제 볼거리가 사라지고, 방문객들은 한숨만 내쉬게 된다. 유튜브 채널 ‘생선선생 미스터S’가 13일 올린 영상 ‘한국인이라면 화가 치솟는 이야기들(대한민국 바다의 심각한 현 상황)’은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서남해를 가리지 않고 수산 시장에서 생선이 사라지고 어민과 상인들의 푸념이 이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상은 다섯 가지 이유를 소개하며 그 심각성을 짚었다.
여름철 수산 시장은 휴가철 기대감과 달리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연산 어종은 씨가 말라버린 수준이다. 광어나 우럭 같은 양식 어종은 눈에 띄지만 지역 특색 있는 자연산 생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영상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계절적 요인을 넘어, 기상·조업환경·해수온·불법 어업 등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기상 문제다. 동해안 수산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름철 잦은 태풍과 장마로 풍랑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어선이 조업에 나가지 못한다. 배가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시장에 생선이 들어올 리 없다. 그 결과 자연산 자숙회나 모둠회 메뉴 구성도 초라해진다. 강원도 고성의 대진항·거진항, 속초 동명항, 강릉 주문진 어민수산시장, 동해 묵호항 등 자연산 위주 시장은 날씨에 민감하다. 신선한 당일바리 생선을 사려면 방문 전 반드시 기상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흐린 날이면 수조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물때다. 물때는 하루 네 번 바닷물이 들고 나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뜻한다. 서해안은 물때에 따라 조업량과 시세가 크게 달라진다. 음력 15일과 30일, 즉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뜨는 사리 물때에는 조수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어업에 유리하다. 안강망 같은 조업 방식으로 고기를 많이 잡아 어획량이 늘고 시세가 내려간다. 반면 음력 8일과 23일의 조금 물때에는 조수차가 작아 조업이 어렵다. 경기도 김포 대명항, 인천 소래포구, 충남 태안 백사장항, 서천 홍원항, 전북 부안 격포항 등 자연산 수산물을 취급하는 시장은 물때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특정 품목은 다르다. 예를 들어 젓새우는 잔잔한 조금 물때에 더 깨끗하고 싱싱한 물건이 나오기도 한다. 남해안 완도는 조금 물때에 고급 어종이 나오기도 해 지역별 물때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세 번째는 금어기다. 서해안에서는 꽃게, 젓새우 같은 주요 품목의 금어기가 조업을 제한한다. 소래포구에서는 꽃게 금어기가 8월 말까지 이어지고, 7월 한 달 동안 세목망 사용이 금지된다. 세목망은 저세우 조업에 필수적인 그물이다. 금어기에는 주력 품목을 잡을 수 없으니 어민들이 아예 조업을 쉬는 경우가 많다. 배가 나가지 않으면 직거래 시장도 문을 닫고, 소비자 발길도 끊긴다. 다시 활기를 되찾는 금어기 이후까지 한산한 풍경이 이어진다.
네 번째는 동해안 냉수대 현상이다. 강원 삼척부터 부산 기장까지 여름철 발생하는 냉수대는 표층 따뜻한 물이 남풍에 밀려나고 차가운 심층수가 올라오면서 수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양식 어종은 스트레스로 폐사하고, 연안 물고기는 먼바다로 흩어진다. 울진 죽변항의 수조에는 양식 광어, 우럭, 강도다리만 남고 자연산은 거의 찾기 어렵다. 냉수대는 해수온 상승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장마로 민물이 유입되며 염도가 낮아지는 것도 어획량 감소의 원인이다. 염도가 낮아지면 바다색이 검게 변하고, 물고기 활성도가 떨어져 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다섯 번째는 해수온 상승이다. 우리나라 연근해, 특히 서해안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수온이 상승하고 있다. 냉수대 발생이 심화되고, 양식업 피해는 1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연근해 조업량도 40년 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해양 생물은 수온 변화에 민감해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난류성 어종인 참다랑어, 방어는 늘었지만,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 명태는 급감했다. 바다 폭염과 해양 산성화로 산호, 조개, 해조류 성장도 방해받아 바다는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 제주와 동해안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와 은신처로 삼던 어류와 갑각류도 감소한다. 이는 어획량 감소로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무분별한 조업과 중국 불법 어업이 문제를 심화한다. 명태, 주꾸미, 도다리, 문치가자미, 도루묵 등은 과도한 조업으로 자원이 고갈됐다. 특히 알이나 치어를 잡는 행위는 자원 감소의 주범이다. 갈치와 고등어 치어는 사료용으로 헐값에 잡히는 경우도 많다. 중국 불법 어업은 더 심각하다. NLL(북방한계선)과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불법 어구로 새끼 고기까지 싹쓸이하며 생태계를 파괴한다. 오징어와 갈치의 어획량 감소는 이 영향이 크다.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가 단속과 어구 철거를 시행하지만 중국 정부의 무관심으로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 경매장에서는 중국 바이어들이 국산 수산물을 고가로 대량 구매하는 까닭에 부세·병어 같은 품목은 국내 소비자가 구경조차 못 한다. 부세 한 박스가 810만 원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