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면 일곱 걸음 못 가 죽는다...집 현관까지 출몰한 멸종위기 '위험 동물'

2025-05-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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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길이는 보통 40~70cm
물리면 일곱 걸음 전에 죽는다는 전설적인 독성

예로부터 “한 번 물리면 일곱 걸음도 못 가 죽는다”며 공포의 대상이 되어온 독사가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독사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까치살모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이 맹독성 뱀이 산이나 들을 넘어 집 현관까지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지며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까치살모사는 과거부터 ‘칠보사(七步蛇)’, ‘칠점사(七点蛇)’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칠보사는 ‘일곱 걸음 전에 죽는다’는 전설적인 독성을 의미하고, 칠점사는 머리에 위치한 일곱 개의 반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머리에 삼각형 모양의 강한 인상이 있으며, 비늘 하나하나에는 용골(龍骨)이 새겨져 있어 똬리를 튼 채 경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위압감을 준다.

까치살모사는 1868년 기록을 통해 처음 학계에 등장한 뱀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한때는 살모사, 쇠살모사와 같은 종으로 취급되었으나 현재는 독립된 종으로 분류된다. 야행성 독사로 고산 능선 등지에 주로 서식하며, 다른 살모사류에 비해 개체 수가 적다.

성체의 길이는 보통 40~70cm에 달한다. 등 쪽은 황색 바탕에 흑색의 띠무늬가 이어지며, 눈 뒤에는 눈썹 무늬가 없고, 머리 뒤에는 화살촉 모양의 무늬가 있다. 이러한 특징은 육안으로도 일반 살모사와 구별 가능하다. 관아류(管牙類)로 분류되는 까치살모사는 상악에 긴 독니를 접었다 펴며 독액을 주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니는 눈 뒤쪽에 위치한 독샘과 연결되어 있으며, 독액에는 혈액독(hematotoxin)과 신경독(neurotoxin)이 포함돼 있다.

국내 뱀 중 가장 맹독성으로 알려진 까치살모사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국내 뱀 중 가장 맹독성으로 알려진 까치살모사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까치살모사의 독성은 매우 치명적이다. 독액에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L-아미노산 산화효소 △포스포리파아제(Phospholipase) △포스파타아제(Phosphatases)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인체 조직을 괴사시키거나 세포막을 공격하고, 생체 에너지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심한 경우에는 가슴통증, 심근경색, 쇼크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유독 잦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전우찬 교수팀이 2014~2019년 전국 응급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뱀에 물려 치료를 받은 환자는 1만 3,072명, 연평균 2,178명에 달했다. 이 중 58.4%는 평균 5일 이상 입원했으며, 안타깝게도 2명은 치료 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국내에 서식하는 독사는 4종으로, 이 중 까치살모사는 전체 뱀물림 환자의 9.6%를 차지하며 실제 위협이 결코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독사 출몰은 경상권, 전라권, 충청권 순으로 많았고, 수도권도 16%로 결코 예외가 아니다.

까치살모사 / Urri-Shutterstock.com
까치살모사 / Urri-Shutterstock.com

문제는 이처럼 맹독성을 지닌 종이 단지 산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까치살모사가 전원주택가나 농가의 현관, 덱, 밭 등지까지 출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유혈목이 등 국내 독사류는 5월부터 10월까지 활동이 활발하며, 5~10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잠에 대비해 먹이를 적극적으로 사냥하는 탓에 사람과의 접촉도 늘고 있다. 공주에 거주 중인 50대 남성은 지난해 8월, 집 앞 현관에서 오른발을 물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까치살모사에 물릴 경우, 사람에 따라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급성 쇼크 증세가 동반될 수 있어, 무엇보다도 빠른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중요하다. 독사에 물린 후에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심장보다 물린 부위를 낮게 유지한 채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다.

까치살모사는 과거 보신문화로 인해 무분별한 포획 대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2005년까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됐고, 현재도 불법 밀렵 및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위협받고 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까치살모사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거나 먹는 행위는 금지되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여름철을 앞두고 다시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지금, 가장 가까운 위협은 바로 ‘발밑’에서 올 수 있다. 인간의 생활권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까치살모사, 그 치명적인 존재를 더 이상 전설 속 이야기로만 여겨선 안 된다. 우리 집 현관, 마당, 텃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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