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갑자기 생긴 작은 점… “절대 무시하면 안 됩니다”

2025-05-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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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긴 손가락 반점·검은 점…피부암부터 혈관 질환까지 다양한 원인 가능성

갑자기 손가락에 작고 어두운 점이나 반점이 생긴다면 단순한 피부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착색이나 멍이 아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손가락은 혈관과 신경이 밀집해 있는 부위인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면 그 배경에 생각보다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이미지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갑작스럽게 생긴 검은 점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면 대부분은 일시적인 멜라닌 색소 침착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거나, 점의 색이 짙어지고 경계가 불규칙해진다면 피부암인 흑색종(멜라노마)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손톱 아래나 손끝 주변에 생기는 검은 점은 ‘선조흑색종’이라 불리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미국 피부과학회(AAD)도 손톱이나 손끝에 생긴 검은 선이 넓어지고 있다면 반드시 피부과 진료를 권고하고 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자주 생기는 붉은 반점이나 자잘한 출혈 반응이다. 손끝 피부는 모세혈관이 풍부한 곳인데, 이곳에 갑작스러운 압박이 가해지거나 혈관벽이 약해지면 ‘점상 출혈(petechiae)’이라는 작은 반점들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면역질환이나 혈소판 감소증 같은 혈액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열이 나거나 피로감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작은 물집처럼 보이는 반점도 있다. 투명하거나 붉은 액체가 맺힌 듯한 형태로 생기는데, 이는 ‘수포성 피부염’이나 ‘접촉성 피부염’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알레르기 반응, 세제나 금속 등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수포가 반복적으로 생기거나 통증이 동반된다면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또는 수장농포증 등 염증성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반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에 생긴 회색빛이나 자주색 점은 말초혈관의 혈류 장애 신호일 수 있고, 손톱 근처에 생긴 점이 점차 번지며 손톱 변형까지 일어난다면 전신성 홍반루푸스나 건선 등의 자가면역 질환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이다. 단순한 착색이라면 며칠에서 길어야 몇 주 안에 옅어지지만, 병적인 변화는 색이 점점 짙어지거나 크기가 커지며 다른 부위로 퍼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엔 반드시 피부과나 내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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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대학병원 피부과 외래에서 손끝 반점으로 내원한 환자들 중 일부는 백혈병, 당뇨 합병증, 초기 흑색종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단된 사례도 있다. 작고 별것 아닌 변화처럼 보여도, 손끝처럼 혈류가 집중된 말초 부위는 전신 질환의 초기 신호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성 변화로 인한 점이나 반점도 고려 대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는 얇아지고, 혈관 벽도 약해진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의 경우 손끝 말초혈관에 미세한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 노화의 일부일 수 있지만, 피부 아래 혈액이 축적되면서 색이 어둡고 명확한 경계를 가지는 반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색이 옅어지며 사라진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기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점의 모양도 중요한 단서다. 경계가 뚜렷하고 균일한 색깔을 띤다면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색이 두 가지 이상이고, 크기가 불규칙하거나 표면이 올라와 있다면 반드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나타난 점이 가렵거나 따갑고, 딱지가 생기거나 피가 난다면 피부암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ABCDE’ 법칙으로 피부 병변을 진단하는데, 점의 비대칭성(Asymmetry), 경계(Border), 색(Color), 지름(Diameter), 변화(Evolution)을 기준으로 삼는다.

의외로 손가락 반점은 심리적 스트레스나 외상 후 반응으로도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을 강하게 문지르거나 자극을 줄 경우, 그 부위에 국소적 혈류 이상이 생기면서 색소 침착이나 일시적 자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반복되면 피부 보호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손가락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이자, 자극과 외부 노출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양한 전신 질환의 신호를 가장 먼저 보여줄 수 있다. 작고 사소한 반점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건강 정보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심되는 변화가 생겼을 땐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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