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만 번식력이 너무 강해 골치인 화단의 이 꽃... 나물로 드셔보세요
2025-05-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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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이나 정원에도 많이 심는 이 꽃, 실은 정말 맛있는 나물

산길을 걷다 보면 고개를 숙인 흰 종 모양의 꽃을 만난다. 초롱꽃이다.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숲속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울리는 듯하다. 예뻐서 화단에도 많이들 심는다. 예쁜 데서 그치지 않는다. 나물로도 쓰고 약으로 쓴다. 심지어 술로 담글 수도 있는 다재다능한 식물이다. 전통 등불인 초롱을 닮아 초롱꽃이란 이름이 붙은 식물에 대해 알아봤다.
초롱꽃은 초롱꽃목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30~100cm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선다. 식물 전체에 거친 털이 많다. 뿌리잎은 난상 심장형이다. 길이는 5~8cm, 폭은 1.5~3.5cm다. 잎자루는 길다. 줄기잎은 어긋나며 아래쪽 잎에는 날개가 있는 잎자루가 있다. 위쪽 잎은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5~8월에 핀다. 줄기와 가지 끝에서 몇 개가 밑을 향해 달린다. 종 모양의 흰색 꽃은 길이 4~5cm다. 꽃부리 안쪽에는 붉은 보라색 점이 있다.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로 암술머리는 3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난형의 삭과다.
초롱꽃은 길가나 암석 사면의 약간 축축한 곳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발견된다. 화단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일본,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 지역에도 분포한다. 울릉도에는 변종인 섬초롱꽃이 자란다. 섬초롱꽃은 잎이 두껍고 윤기가 난다. 꽃엔 자주빛이 돈다. 또 다른 변종인 자주초롱꽃은 홍자색 꽃에 짙은 반점이 있다. 제철은 여름, 특히 6~8월이다.
접시 위의 초롱꽃
초롱꽃은 식용으로도 사랑받는다. 어린잎은 생으로 쌈을 싸 먹는다. 겉절이로 먹어도 맛있다.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도 좋다. 말린 잎은 기름에 볶아 묵나물로 먹는다. 장아찌나 전으로도 요리된다. 꽃은 샐러드나 초무침으로 즐긴다. 싱싱한 꽃 속에 양념한 밥을 넣어 꽃밥을 만들기도 한다. 뿌리는 쌉쌀한 맛이 있다. 구이, 무침, 장아찌로 먹거나 술에 담가 마신다. 섬초롱꽃도 같은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잎으로 나물을 만들면 향긋하고 담백하다.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해 접근성이 좋은 나물이다. 들기름(참기름도 가능), 소금, 간 마늘을 넣고 깨와 함께 무치면 맛있다.
꽃도 먹을 수 있다. 작은 항아리처럼 생긴 꽃 안에 채소나 고기를 넣어 먹으면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쌈요리가 탄생한다. 꽃은 은은한 단맛과 함께 씹을수록 퍼지는 쌉쌀함이 매력적이다.
뿌리에선 더덕이나 도라지처럼 쓴맛이 난다. 성질은 서늘하다. 이 때문에 더운 여름에 먹기 좋다.
초롱꽃밥도 별미다. 밥을 매실청, 식초, 소금으로 간한 뒤 참깨나 흑임자를 섞는다. 깨끗이 씻은 초롱꽃 안에 엄지손톱 크기로 뭉친 밥을 넣는다. 접시에 담고 꽃잎을 뿌리면 눈도 즐겁다.
몸을 달래는 약초
초롱꽃은 약으로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자반풍령초라 부른다. 7~8월에 베어 햇볕에 말린다. 하루 5~10g을 달여 먹는다. 열을 내리고 독을 푼다. 통증을 완화한다. 인후염, 두통 치료에 쓰인다. 산모의 해산을 돕기도 한다. 비위가 약하거나 몸이 찬 사람은 조심히 먹어야 한다.
영양소도 풍부하다. 비타민A, 칼슘, 칼륨, 철분이 들어있다. 푸마르산, 구연산, 말산 같은 유기산은 신맛을 낸다.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인 캄파눌린이 있다. 이눌린은 당뇨와 천식에 좋다. 델피니딘과 시아니딘 같은 안토시아닌은 면역력과 항산화 효과를 준다. 벌레 물린 곳의 해독에도 쓰인다. 진해, 거담 작용으로 기침과 기관지염에도 효과적이다.
번식은 씨앗이나 포기나누기로 한다. 9월에 씨앗을 뿌리거나 가을에 포기를 나눠 심는다.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정원에서 은은한 흰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초롱꽃은 매우 잘 자라는 식물이다. 초롱꽃을 화단에서 키우는 이들은 뽑고 뽑아도 화단을 가득 덮는 초롱꽃의 번식력에 한결같이 놀란다. 한 네티즌은 “화단 가장자리에 심었더니 점심 화단 중심으로 진출하더라. 왜 이렇게 잘 자랄까”라면서 번식력이 적당하면 정원이나 화단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초롱꽃이 잘 자라는 이유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뿌리를 길게 뻗어 새 개체가 연이어 자라기 때문이다. 온 정원을 순식간에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기에 화단이나 정원에 있는 초롱꽃을 뜯어 나물로 먹을 때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