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 생긴 새를 봤어요” 한국인들 목격담 속 그 새... 경주서 일가족 포착

2025-05-16 14:46

add remove print link

‘훗 훗’ 하고 독특하게 우는 한국의 나그네새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가 먹잇감을 물어오고 있다. /뉴스(2025.5.1)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가 먹잇감을 물어오고 있다. /뉴스(2025.5.1)

후투티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 영어처럼 들리지만 순우리말 이름이다. 한 후투티 가족이 사는 둥지가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발견됐다. 뉴스1은 지난 1일 황성공원 숲속에 있는 한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 부부가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물어다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지난 9일 새끼 후투티가 둥지 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포착해 공개한 데 이어 16일엔 후투티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새끼들 곁에 있는 어미 후투티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후투티가 어떤 새인지 알아봤다.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가 먹잇감을 물어오고 있다. /뉴스1(2025.5.1)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가 먹잇감을 물어오고 있다. /뉴스1(2025.5.1)

후투티는 파랑새목 후투티과에 속하는 조류다. 한국에선 여름철 중부 이북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비교적 흔한 나그네새로 분류된다.

후투티는 뽕나무밭 주변에 자주 나타나 예로부터 오디새로 불리기도 했다. 후투티라는 이름은 1950년 발간된 한국조류명휘에서 ‘훗 훗’ 하는 독특한 울음소리에서 따와 정착된 순우리말이다. 북한에선 비슷하게 후투디라고 부른다.

몸길이는 약 28cm다. 수컷의 겨울깃은 이마와 머리꼭대기, 뒷목이 엷은 분홍빛 갈색을 띤다. 특히 머리꼭대기의 깃털은 크고 길며, 자유롭게 펼치고 접을 수 있는 화려한 모관을 형성한다. 이 모관의 깃털 끝은 검은색이고, 뒷부분엔 흰색 띠가 이어진다. 머리 옆은 분홍빛 갈색, 턱 밑과 가슴은 포도빛 분홍색이며, 턱 밑과 윗멱엔 흰색 가장자리가 있다. 윗등은 분홍빛 갈색 또는 잿빛 갈색이고, 아랫등과 허리 윗부분은 유백색과 검은 갈색 띠를 이룬다. 위꼬리덮깃은 검은색, 부리는 검은색, 홍채는 갈색, 다리는 잿빛이다.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 한쌍이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1)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 한쌍이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1)

후투티는 농촌이나 농경지, 구릉지, 야산의 노거수 구멍에 서식한다. 한국에선 4월부터 6월까지가 번식기다. 이 시기에 5~8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주로 알을 품고 새끼를 보살핀다. 둥지는 스스로 짓지 않고 고목이나 한옥 용마루 구멍, 딱다구리가 사용했던 나무 구멍을 활용한다. 둥지 입구는 매우 작아 알이나 새끼를 관찰하기 어렵다. 이들은 한 둥지를 몇 년간 계속 사용하기도 한다. 후투티는 지상 3m 높이로 느리게 난다. 주로 곤충 유충, 거미, 지렁이 등을 먹는다. 한국 외에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이스라엘에선 국조로 지정될 만큼 상징적인 새로 여겨진다.

16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여름새인 후투티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2025.5.16)
16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여름새인 후투티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2025.5.16)

후투티의 외모는 독특하다. 머리꼭대기의 모관은 인디언 추장의 장식처럼 펼쳐지며, 등은 엷은 분홍색, 날개는 검고 흰 줄무늬로 이뤄져 있다. 이런 독특한 생김새 덕에 인터넷에서 ‘신기한 새’나 ‘특이한 새’로 언급되면 대개 후투티를 가리킨다. 디시인사이드의 동물 갤러리나 조류 마이너 갤러리에서 ‘신기한’이나 ‘특이한’ 키워드로 검색하면 후투티 사진이 주를 이룬다.

열대림에서나 볼 법한 외모지만 사람 곁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길바닥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의외로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아 사진 찍기가 어렵지 않은 새로 알려졌다. 조류 마이너 갤러리에서는 ‘2대 갤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

2021년 5월 경주시에선 하얀 후투티가 새끼를 기르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해당 개체는 알비노로 추측됐다.

4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후투티 한 쌍이 둥지에 있는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부지런히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4)
4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후투티 한 쌍이 둥지에 있는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부지런히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4)

후투티는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배경을 갖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후투티와 제비, 밤꾀꼬리가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트라키아의 왕 테레우스는 아테네 공주 프로크네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으나, 프로크네의 여동생 필로멜라를 보고 욕정을 품는다. 테레우스는 필로멜라를 겁탈하고 혀를 잘라 감금한 뒤 프로크네에게 필로멜라가 병으로 죽었다고 거짓말한다. 필로멜라는 흰 천에 붉은 실로 글씨를 짜 프로크네에게 진실을 알리고, 프로크네는 디오뉘소스 축제 날 동생을 구출한다. 복수를 계획하던 프로크네는 아들 이티스를 죽여 테레우스에게 요리로 내준다. 진실을 안 테레우스가 둘을 죽이려 하자 신들이 개입해 테레우스를 후투티로, 프로크네를 제비로, 필로멜라를 밤꾀꼬리로 바꾼다. 이 신화는 고대 그리스 희곡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인간들은 후투티로 변한 테레우스를 찾아 새들의 나라 ‘구름뻐꾹나라’를 세우고, 신들의 권력을 차지한다는 풍자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문학에서도 후투티는 등장한다. 조선 중기의 문인 박인로의 가사 ‘누항사’에서 후투티는 ‘대승’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된다. 농사지을 소를 빌리지 못한 화자가 개 짖는 소리와 함께 후투티를 보며 씁쓸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에서, 후투티는 서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객관적 상관물로 사용된다.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 한쌍이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1)
가정의 달 5월 첫 날인 1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 고목에 둥지를 튼 후투티 한쌍이 새끼들에게 먹잇감을 물어다 나르고 있다. / 뉴스1(2025.5.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