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명 불렀지만 절반은 완전 방치… 최민희·이진숙 싸움 등으로 난장판 된 과방위 국감

2025-10-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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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검증 기능 약화됐다는 지적 나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가장 격한 공방의 장으로 꼽혔다.

총 180명이 넘는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했지만, 절반 가까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과 최민희 과방위원장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과 최민희 과방위원장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방위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반 증인 92명, 참고인 42명을 포함한 총 182명을 채택했다. 이후 추가 채택과 철회가 반복되며 최종적으로 그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전체 인원의 약 절반은 질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감사가 끝나 정책 검증 기능이 사실상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은 이번 명단 채택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관련된 인사를 대거 포함시켜 방미통위 출범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감사의 실질적 초점이 흐려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과 최민희 과위원장의 가족 축의금 논란이 겹치며 정부·여당이 내세운 ‘정책 중심 국감’ 기조가 흔들린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많은 증인·참고인이 소환된 날은 지난 14일의 방미통위 국감이었다. 이날 마크 리 애플코리아(Apple Korea) 사장 등 24명이 증인으로, 14명이 참고인으로 출석했지만 질의 대부분은 이 전 위원장과 황성혜 구글코리아(Google Korea) 부사장에게 집중됐다.

이 전 위원장은 “내가 수갑을 찰 만큼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해외였다면 뉴스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선장군이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희생자가 여기 앉아 있다”고 주장하며 여야 간 긴장이 고조됐다. 여기에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사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회의는 여러 차례 정회됐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마크 리 부사장은 불과 10여 분,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겨우 세 차례 질의를 받는 데 그쳤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대기한 뒤 귀가해야 했던 상황에 대해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과방위는 14일, 20일, 30일 국감을 통해 방통위와 방미통위 관련 증인·참고인 99명을 불렀으나, 이 중 43명은 단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했다. 네 차례나 소환된 조성은 전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은 두 차례 회의 모두에서 발언 없이 돌아갔다.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한 증인은 뉴스1에 “기관 관계자들까지 대거 들어와 자리를 잡기도 힘들고, 언제 불릴지 몰라 대기만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며 “정쟁보다 정책 검증이 본래 취지 아니냐”고 지적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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