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혐하는 사람들도…한국서 골칫거리 끝판왕 돼버린 '이 동물' 정체

2025-05-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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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서 생존할 수 있는 강한 적응력 보여

비둘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광장 주변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비둘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광장 주변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비둘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조류)로 사람들과 공존하며 골칫거리를 동시에 안기는 존재다.

원래 야생에서 바위틈에 서식하던 비둘기는 인간의 도시화와 함께 건물, 다리, 공원 등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개체 수가 급증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대도시의 광장, 역, 공원에서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비둘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나, 현재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위생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져 골칫거리로 취급받고 있다.

비둘기의 외형은 익숙하다. 몸길이는 약 30~35cm로 회색 몸통에 목 주변의 무지갯빛 깃털이 특징이다. 날개에는 검은 띠가 있고 꼬리 끝은 어두운색을 띤다. 빠른 비행 능력을 가진 비둘기는 짝짓기 시즌에 구구 거리는 소리로 의사소통하며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강한 적응력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비둘기가 활동하며 특히 겨울철 먹이가 부족할 때 음식물 쓰레기에 의존하기도 한다.

목을 축이는 비둘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목을 축이는 비둘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비둘기는 역사적으로 평화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수많은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며 비둘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당시 비둘기는 문화적, 상징적 가치를 인정받아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평화의 메신저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기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비둘기의 개체 수가 늘어나 골칫거리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비둘기가 도시에서 문제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비둘기 배설물은 건물, 동상, 벤치 등 공공시설을 오염시키고 산성이 강해 금속이나 석재를 부식시킨다.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남산타워 주변에서는 배설물로 인한 청소 비용이 상당하다.

둘째 위생 문제다. 비둘기는 살모넬라균, 조류 인플루엔자 등 병원균을 옮길 가능성이 있으며 배설물과 깃털은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소음과 미관 저하다. 떼로 몰려다니며 내는 소음은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공원에서 먹이를 찾아 어지럽히는 모습은 도시 이미지를 훼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비둘기를 극혐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위를 식히는 비둘기들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더위를 식히는 비둘기들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비둘기 개체 수에 대한 정확한 최신 데이터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 확인된 공식 자료는 2009년 환경부 데이터로, 당시 서울 내 비둘기 개체 수를 약 3만 5575마리로 추정했다. 현재는 번식과 도시 환경 변화로 더 많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비둘기 개체 수 증가는 사실 인간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 빵 부스러기, 과자를 제공하면서 비둘기는 자연 먹이 대신 인간의 음식에 의존하게 됐다. 서울역, 명동, 홍대입구 같은 번화가에서 먹이를 주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인해 개체 수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둘기는 번식력도 강하다. 한 쌍이 연간 4~6번 번식하며 한 번에 1~2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약 18일 만에 부화하고 새끼는 4~6주 후 독립한다. 이 빠른 번식 주기는 비둘기 개체 수를 급증시킨다.

한국에서는 비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먹이 주기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장소에 경고 표지판을 설치했다. 건물과 공공시설에는 스파이크, 그물, 반사 테이프를 설치해 비둘기 접근을 막고 있다. 그러나 비둘기는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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