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자국이 뚝뚝”…서울 한복판서 시민 2명 습격한 위험 야생동물 '정체'

2025-07-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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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야생의 습격, 오소리가 온다

서울 송파구 한 공원에서 야생동물 오소리가 출몰해 주민이 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 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 사진.

7일 이데일리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찰과 목격자 등의 말을 종합했을 때 지난 5일 오후 9시쯤 송파구 문정동의 서울 둘레길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던 여성 2명이 출몰한 오소리에게 공격당하는 사고가 났다. 피해자 2명 중 한 명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일 주변을 지나던 목격자 A 씨는 "30대쯤 되는 여성이 습격당했다고 들었다"며 "산책을 가보니 바닥에 핏자국이 뚝뚝 떨어져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사고 현장에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듯 바닥에 핏자국이 남아있었으며 주변에는 '오소리 출몰 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공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오소리가 빈번히 출현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주민 B씨는 "일주일 전쯤 9동 뒤에서 오소리가 나왔다고 방송을 했었다"며 관리사무소 관계자도 "1주인가 2주 전에도 (오소리에게) 공격당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구청에 오소리 출몰 플래카드를 붙여 달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주민 C 씨는 "작년에도 대낮에 사고가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살려주세요'라면서 소리를 크게 질렀다"며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어야 정신 차릴 것 같다. 작년 사건 이후 한 번도 혼자서 안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인모 야생생물관리협회 서울인천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오소리는 잡식성이라 먹이가 있다면 내려올 수 있다", "오소리는 산 중턱에 사는 동물인데 오소리의 건널목에 사람이 지나다니니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소리의 모습.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오소리의 모습.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오소리는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중형 포유동물로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야생동물이다. 성체의 몸길이는 보통 60~80cm, 꼬리 길이는 15~20cm 정도이며 체중은 8~15kg에 이른다. 머리와 목, 몸통이 연결된 듯한 독특한 체형을 가지고 있어 '긴 몸통의 작은 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앞발톱과 근육질의 다리다. 이들의 앞발톱은 길이가 3~4cm에 달하며 단단한 흙을 파거나 나무 뿌리를 뜯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때문에 오소리는 '자연계의 굴착기'라고 불린다. 뒷다리 역시 매우 강해서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성인 남성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소리의 털색은 등쪽이 회갈색이나 황갈색이고 배쪽은 검은색을 띤다. 얼굴에는 흰색과 검은색이 교대로 나타나는 독특한 줄무늬가 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특히 코끝에서 목덜미까지 이어지는 흰색 줄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귀 주변과 눈 주위는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소리의 모습.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오소리의 모습.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적으로 오소리는 주로 야행성 동물이다. 낮에는 자신이 판 굴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진 후부터 새벽까지 활동한다. 오소리의 굴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입구가 여러 개이고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굴의 깊이는 보통 1~2m이며 총 길이는 10m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이들의 먹이는 매우 다양하다. 지렁이, 곤충 유충, 개미, 달팽이 등 무척추동물부터 두더지, 들쥐 같은 소형 포유동물, 그리고 과일, 뿌리, 견과류 등의 식물성 먹이까지 섭취한다. 특히 꿀을 매우 좋아해서 벌집을 찾아 꿀과 벌 유충을 함께 먹는다.

오소리는 기본적으로 온순한 성격이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새끼를 보호할 때는 매우 공격적으로 변한다. 특히 번식기인 봄철(3-5월)과 새끼를 기르는 여름철(6-8월)에는 더욱 예민해진다. 위험을 느끼면 먼저 목구멍에서 '으르렁' 소리를 내며 경고하고, 그래도 위협이 계속되면 강한 앞발톱으로 공격한다. 오소리의 공격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앞발톱으로 할퀴는 것이 주된 공격 방법이지만 이빨로 물기도 한다. 오소리의 이빨은 42개로 송곳니가 특히 발달해 있으며 물리는 힘이 매우 강하다. 한 번 물면 쉽게 놓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

유튜브,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

최근 도시 개발로 인해 오소리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간과의 충돌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나 공원 근처에서 오소리 출몰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먹이를 찾아 인간 거주지 근처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나 반려동물 사료 등이 오소리를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소리를 마주쳤을 때는 절대 자극하지 말고 천천히 후퇴할 것을 권고한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큰 소리는 오소리를 더욱 흥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려동물과 산책할 때는 목줄을 단단히 잡고, 야간 산책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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