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년 전 완전 멸종…그런데 멸종 이유가 미스터리인 길이 5m '동물'
2025-05-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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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 숨겨진 멸종의 그림자
많은 이들이 매머드가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와 함께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밝혀진 고고생물학 자료에 따르면 이 거대 동물은 불과 '4000년' 전까지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 생존했다. 특히 시베리아 북동부의 외딴 섬 브란겔섬에서 마지막 무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이 시기는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가 지어지고 있었던 역사적 시기와 겹친다.

몸 전체 길이가 약 5m에 달하는 매머드는 신생대 플라이스토세 초기에 등장해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일부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했다. 그러나 약 4만 년 전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후 변화와 인간의 사냥 압력이 겹치며, 이들의 서식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최종적으로 대부분의 매머드는 약 1만 년 전 멸종했지만, 육지에서 떨어져 고립된 브란겔섬에서는 소수의 개체가 약 기원전 1700~1500년까지 생존했다.
브란겔섬의 털매머드들은 먹이가 풍부하고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수천 년을 버텼다. 2017년 헬싱키대 연구팀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판상 조직과 열수 수치는 건강한 개체의 전형을 보였다. 영양 상태도 양호했고, 생존 환경도 안정적이었다. 이처럼 외부 위협이 거의 없었던 섬에서조차 매머드가 멸종에 이른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유전자 분석에 나섰다. 2015년 알프레드 루카 박사는 브란겔섬에서 발견된 두 마리의 털매머드 DNA를 분석했고, 그중 한 마리에게서 극심한 유전적 다양성 결여를 확인했다. 당시 섬에 남아 있던 털매머드는 약 200~300마리 규모로 추정되며, 오랜 고립 속에서 근친 교배가 반복됐다. 이로 인해 열성 유전자가 누적되고, 유해한 돌연변이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고착된 것이다.

이어진 연구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들은 충격적이었다. 털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혹한에 적응이 어렵게 됐고, 수컷 개체의 생식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에도 문제가 생겼다. 후각 기능을 저하시켜 먹이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게 하거나, 소화기관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도 확인됐다. 실제로 이 유전자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당뇨, 설사, 면역력 저하 등의 문제가 동물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외딴 섬에서 해로운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며 개체군 전체가 붕괴하는 과정을 과학자들은 '돌연변이 붕괴(mutation meltdown)'라고 부른다. 이상적으로 보였던 생존 환경조차 내부적 붕괴 앞에서는 무력했던 셈이다.
환경 요인도 멸종 원인으로 주목된다. 연구에 따르면 털매머드가 생존하던 당시 브란겔섬에는 급격한 기후 변화가 나타났고, 강수량이 증가하며 토양에 유독 중금속이 퍼졌다. 일부 화석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바륨과 스트론튬 농도가 검출됐다. 이들 중금속이 식수와 먹이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기후 온난화로 인한 '아이스 레인' 현상도 문제였다. 비가 내린 후 급속히 얼어붙어 눈이 얼음층으로 변하면, 초식동물은 땅 위의 풀을 먹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된다. 실제로 2003년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지에서 순록과 사슴 수천 마리가 유사한 방식으로 집단 폐사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결국 털매머드는 유전적 붕괴와 환경 변화라는 이중 고리에 갇혀, 인류 문명이 시작되던 시기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의 직접적 사냥이 원인이 아니었던, 오히려 인간이 도달하지 못한 지역에서조차 스스로 무너진 이 멸종의 과정은 더욱 안타깝고도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