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실제로 보면 다들 소리지른다는 '멸종위기종'

2025-05-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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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가 적은 야행성 멸종위기 동물

커다란 눈망울, 동그란 머리, 작고 통통한 몸. 하늘다람쥐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할 때면 누구나 '귀엽다'고 말하게 되는 동물이다. 하지만 실제로 야생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나무 위에서 갑자기 날아내려 활강하는 모습에 놀라 비명을 지르거나 뒷걸음질치는 경우도 많다. 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 작은 생물은 어둠 속에서 시야를 가르며 날아드는 뜻밖의 야생성을 갖고 있다.

나무 뒤의 비행 중인 하늘다람쥐.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나무 뒤의 비행 중인 하늘다람쥐.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하늘다람쥐는 포유류 설치목 청설모과에 속하는 동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강원, 경북 등지에서 희소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개체 수는 100마리 내외로 추정된다. 생김새는 다람쥐와 비슷하지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비막'이라는 피부막이 있어 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늘다람쥐의 몸길이는 약 15cm 안팎이며, 꼬리까지 합치면 25~30cm 정도다. 무게는 80120g 정도로 작고 가볍다. 몸 전체는 부드러운 회색빛 털로 덮여 있고, 눈은 비정상적으로 클 정도로 커서 야간 활동에 유리하게 진화했다. 낮에는 나무 구멍이나 둥지에서 잠을 자고, 해가 지면 활동을 시작한다. 주된 먹이는 도토리, 잣, 밤, 과실, 어린잎, 곤충 등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 함양군 김용만 제공-뉴스1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 / 함양군 김용만 제공-뉴스1

가장 흥미로운 건 이들이 하늘을 난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로 날개가 달린 건 아니고, 앞뒤 다리 사이에 연결된 비막을 펼쳐 글라이더처럼 활공한다. 평균 7~8m, 멀게는 30m 이상 날 수 있고, 일부 기록에 따르면 100m 가까이 활공한 사례도 있다. 꼬리는 공중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며 비행을 조종한다. 새처럼 날개짓은 하지 않지만, 긴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무까지 활강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밤중에 숲속을 걷다가, 나무 위에서 하늘다람쥐가 불쑥 날아내려 온다면? 익숙한 고양이나 청설모와는 전혀 다른, 날개 달린 생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비막을 펼친 채 날아올 때의 모습은 일부에게 박쥐나 괴생물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마주친다면, '귀엽다'보다는 '소름 끼친다'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오는 이유다.

비행 중인 하늘다람쥐.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비행 중인 하늘다람쥐. /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하늘다람쥐는 외모만큼이나 생존 전략도 인상적이다. 비막은 단순한 날개가 아니다. 포식자를 피하거나 먹이를 빠르게 찾고, 넓은 영역을 횡단하며 짝짓기를 위한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활공은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도 빠르게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높은 나무 위를 터전 삼는 이들에게는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기능이다.

그러나 이 작고 날쌘 동물도 인간의 손길 앞에서는 무력하다. 개발과 산림 파괴로 인해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 특산 아종인 'Pteromys volans aluco'는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야행성이라는 특성상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관심과 연구 역시 부족한 편이다.

하늘다람쥐.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뉴스1
하늘다람쥐.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뉴스1

외형만 보면 귀여운 캐릭터의 주인공 같지만, 야생에서는 예측불허의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동물. 하늘다람쥐는 귀여움과 야성, 희귀성과 생존의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이 작은 동물이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보호종 지정 이상의 실질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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