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마리는 있는 듯…” 하얀 실로 온 사방을 초토화 시킨 '정체불명' 생물
2025-05-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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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피부에 병변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생물'
나무 위에 하얀 실을 치고, 무리를 이루는 정체불명의 생물이 있다. 이 생물은 나뭇잎을 갉아 먹어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심지어 사람 피부에 병변을 일으키기도 한다. 생물의 정체는 ‘미국흰불나방’이다.

과거 141만 유튜버 정브르는 '제보 받고간 현장, 초대형 거미 등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정브르가 방문한 곳은 경기도의 한 공원이었다.
처음엔 평범한 산책로처럼 보였지만, 구독자가 제보한 지점에 도착하자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공원 곳곳에 거미줄처럼 보이는 하얀 실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안엔 작은 벌레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정브르는 “여기 지금 수백 마리가 아니라, 수천 마리는 있는 것 같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뭇가지, 풀, 잔디밭 등 주변 어디에나 하얀 실이 처져 있었고, 벌레들이 그 속을 점령하고 있었다.
정브르는 이 정체불명의 벌레를 직접 채취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유튜버 허생은 전문가로 등장해 “우리나라 토종 거미 중 들풀거미는 한 마리만으로도 라면박스 크기의 거미줄을 하룻밤 만에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을 보면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로 보인다. 거미가 사라진 시점 등을 고려하면 산란을 마친 뒤 자연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른 사진을 보면 애벌레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정브르는 애벌레를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 수분을 공급하고, 나뭇가지를 넣은 뒤 실험을 진행했다. 2일이 지난 뒤에도 줄을 치는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애벌레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일부는 실을 뽑는 듯한 행동을 보이거나 줄을 타고 오르기도 했다.
정브르는 해당 벌레들을 가물치와 구피에게 먹이로 제공해 반응을 관찰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제보를 이어갔다. 이들은 "농약 회사에서 살충제를 담당하고 있다. 해당 나방은 미국흰불나방으로 보인다", "미국흰불나방 맞다. 감나무나 뽕나무잎처럼 넓은 잎을 갉아 먹는 게 특징이다", "시골 사람은 다 아는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다"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미국흰불나방은 나비목 태극나방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흔히 ‘흰불나방’으로도 불린다. 성충은 몸과 날개가 전체적으로 하얗다. 암컷의 몸길이는 12~14mm, 날개를 펼쳤을 때는 36~37mm 정도다. 수컷은 이보다 작아 몸길이 9~10mm, 날개 길이 28~30mm에 이른다.

5월 중순~6월 상순에 출현하는 1화기 성충은 날개에 검은 점이 있지만, 7월 말~8월 중순에 나타나는 2화기나 9월 말의 3화기 성충은 거의 순백색이다. 더듬이는 수컷과 암컷 모두 톱니 모양이며, 수컷은 깃털처럼 생겼고 암컷은 다소 짧다. 복부는 옅은 노란빛을 띠며, 검은 점이 줄지어 나 있다.
알은 지름 약 0.5mm의 둥근 형태로, 처음에는 담록색이다가 부화 직전에는 회흑색으로 변한다. 표면은 흰 털로 덮여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유충은 이 곤충의 가장 위험한 시기로 평가된다. 몸길이는 약 30mm이며, 둥근 머리와 가늘고 긴 원통형 몸체를 가진다. 각 마디에는 작은 혹이 있고,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긴 털이 촘촘히 나 있다.
유충은 총 6~7회 탈피하며 성장하고, 4령까지는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이 시기에는 잎의 살 부분만 먹지만, 5령 이후에는 잎맥만 남기고 전체 잎을 먹어 치운다.
주 먹이는 활엽수 잎이다. 감나무, 대추나무, 호두나무, 버즘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포플러 등 약 160종의 나무를 가해한다. 도시의 가로수나 정원수에 피해가 집중되며, 유충 한 마리가 일생 동안 먹는 잎의 면적은 100~150㎠다. 이는 손바닥 두 개 분량에 해당한다.

미국흰불나방은 보통 연 2~3회 발생한다. 1화기는 5월 중순~6월 상순, 2화기는 7월 말~8월 중순, 일부 지역에서는 9월 말~10월 중순 사이에 3화기가 나타난다. 성충은 야행성이며, 광원에 쉽게 유인된다. 수명은 4~5일로 짧지만, 암컷은 잎 뒷면에 알을 무더기로 낳는다.
한 마리당 600~700개, 많게는 1000개 가까이 산란하며, 알은 약 10일 만에 부화한다. 유충은 40~50일간 잎을 먹으며 성장하고, 2화기 유충은 9월 중순부터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기간은 약 200일이다.
미국흰불나방은 번데기 상태로 월동한다. 나무껍질 틈, 낙엽 밑, 판자 사이, 잡초 뿌리 근처, 나무의 빈 공간 등 여러 장소에서 고치를 짓고 겨울을 난다. 번데기는 10월 초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관찰된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유충의 생존 기간과 활동 범위가 늘어나면서 3화기 발생률도 함께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