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6900마리뿐인데…한국 외딴섬에서 400마리로 폭증한 ‘이 동물’
2025-07-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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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 조사 당시보다 개체 수 4.8배 폭증한 멸종위기 동물
저어새 400여 마리, 노랑부리백로 100여 마리 서식 공식 확인
전 세계 개체 수가 약 6900마리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저어새’가 한국의 외딴 무인도에서 무려 400여 마리까지 서식하며 개체 수가 폭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한 섬에 세계 개체 수의 5% 이상이 몰려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학계와 환경 당국 모두 주목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 위치한 무인도 ‘노루섬’은 최근 저어새와 함께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의 주요 서식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4일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 노루섬에 저어새 400여 마리와 노랑부리백로 100여 마리가 서식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첫 조사 당시보다 각각 4.8배, 7.7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저어새는 지난 2020년 조사에서는 84마리만 관찰됐지만, 불과 5년 만에 400마리 이상으로 늘며 세계적 희귀종이 노루섬을 새로운 번식지로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옥식 충남연구원 박사는 “노루섬은 주변에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어 먹이 활동이 용이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특성상 번식지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노루섬은 지난해 5월 환경부에 의해 특정도서로 지정돼 가축 방목, 야생동물 포획, 야생식물 채취, 개발행위 등이 전면 금지된 보호 구역이다. 환경부는 이 지역을 특정도서로 지정하면서 △해식애와 나마 지형 등 우수한 자연 경관 △곰솔군락의 상록침엽수림 분포 △저어새·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 등 네 가지를 지정 사유로 들었다.
다만, 섬 내에는 50년 이상 된 폐건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고, 주변에 낚시 그물이나 어업용 쓰레기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어 체계적인 서식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홍성민 사무국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멸종위기 조류의 보호를 위해선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어새는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조류로, 몸길이 약 74cm이며 흰색 몸통에 주걱 모양의 검은 부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주로 한국 서해안과 인근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로, 번식기가 아닐 땐 양어장, 갯벌, 강 하구 등에서 먹이를 찾는다. 부리를 좌우로 흔들며 얕은 물속을 더듬듯 사냥하는 특유의 방식으로 작은 물고기나 새우 등을 잡아먹는다.

세계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 연안에서 관찰되며, 겨울에는 일부가 제주도 및 서남해안 습지에 남아 월동한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각 1곳씩 번식지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번식의 80% 이상이 대한민국 서해안 무인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저어새의 서식지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급증하는 개체 수에 비해 섬의 관리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서식지 훼손과 생존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외부인의 무분별한 접근, 쓰레기 투기, 낚시 활동 등은 멸종위기종 보호에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루섬처럼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집중되는 서식지는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관광,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갖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호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방법…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부터
1. 일상 속 생태 보호,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기
멸종위기 동물을 지키는 첫걸음은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야생 서식지에서 불필요한 소음이나 쓰레기를 줄이고, 등산이나 갯벌 체험 등 자연 체험 활동 시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물 관련 콘텐츠 소비 시 윤리적인 기준을 갖고, 밀렵·밀수 등을 조장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나 상품은 소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다.

2. 공공과 시민이 함께하는 생태 감시자 되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보호하려면 공공기관의 제도적 노력과 시민의 감시 역할이 병행돼야 한다. 위법한 야생 동식물 포획, 불법 어업,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사례를 발견했을 경우 지역 환경청이나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한 생태보호 캠페인 참여는 인식을 넓히는 데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3. 정부의 제도적 보호 확대와 지역 맞춤형 정책
국가 차원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집중 서식하는 지역에 대해 ‘특정도서’, ‘습지보호지역’, ‘생태우수마을’ 등으로 지정해 행위 제한 및 생태 복원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관광 프로그램, 친환경 어업 지원 등도 함께 고려돼야 장기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법률 개정과 연구·예산 투자 확대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