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마리가 집단 폐사하기도… 심각한 '멸종위기' 놓인 의외의 동물
2025-05-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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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 급감하더니 결국 찾아보기 힘들어진 '멸종위기' 동물
한때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멸종위기' 동물이 있다. 귀여운 얼굴과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이 동물은 ‘남생이’다.

남생이는 거북목 남생이과에 속하는 민물 거북이다.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한다. 특히 맑은 물이 흐르는 산간 계곡 상류, 강, 저수지, 늪지 같은 곳에서 주로 발견된다. 이들은 반수생 생활을 하며, 물속에서 헤엄치거나 육지에 올라와 일광욕을 즐긴다.
과거에는 섬진강, 낙동강 같은 큰 강 유역에서도 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국 29개 소규모 지역, 주로 저수지 10여 곳에서만 관찰될 정도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남생이는 작고 귀여운 외모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성체의 등껍질은 20~25cm 정도로, 드물게 30cm 이상 큰 개체도 있다. 등껍질은 진한 갈색의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는 매끄럽고 누런 녹색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등 중앙에는 낮은 융기선이 검은 잔비늘로 덮여 있고, 옆면에는 노란색의 불규칙한 세로줄이 특징이다.
배갑은 검은색 또는 흑갈색이며, 네 다리는 넓은 비늘로 덮여 있다. 발에는 다섯 개의 발가락과 물갈퀴가 있어 헤엄에 적합하다. 특히 수컷은 7년 이상 자라면, 흑색증이 나타나 몸 전체가 검게 변하고 노란 무늬가 사라지기도 한다. 암컷은 대체로 갈색 등껍질과 노란 목 무늬를 지니고 있다.

남생이는 잡식성으로, 입에 들어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먹는다. 주요 먹이로는 수생 식물, 작은 물고기(미꾸라지, 붕어, 납자루), 갑각류, 다슬기, 수서 곤충, 연체동물 등이 있다. 사육 환경에서는 사료나 작은 고기 조각도 잘 먹는다. 이빨 대신 위아래 턱에 칼 모양의 용골돌기가 있어 먹이를 자르는 데 사용한다.
남생이는 계절에 따라 뚜렷한 생태 패턴을 보인다. 주로 4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하며, 늦봄에서 초여름인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물가의 모래나 부드러운 흙 속에 5~15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은 주로 6월 초순부터 7월 하순 사이에 이뤄진다. 동면은 11월부터 3월까지 하며, 진흙 속에서 겨울을 보낸다.
남생이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위기’ 등급, CITES에서 멸종위기 Ⅲ급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453호로 보호받는다. 개체 수 감소의 주요 원인은 서식지 파괴다.

하천의 콘크리트화, 골재 채취, 오염으로 인해 맑은 물과 일광욕 장소가 줄어들었다. 또한 외래종인 붉은귀거북과의 경쟁이 심각하다. 붉은귀거북은 몸집이 크고 공격적이어서 먹이, 일광욕 장소, 동면 장소를 두고 남생이를 밀어낸다. 황소개구리도 새끼 남생이를 포식해 연령 분포 불균형을 초래한다.
인간에 의한 포획도 큰 위협이다. 남생이의 배갑은 전통 한약재로 사용돼 과거 대규모 남획이 이뤄졌다. 반려동물 거래를 위한 포획도 개체 수 감소에 한몫했다.
2019년 경북의 한 저수지에서는 성체 28마리와 어린 개체 21마리가 발견돼 국내 최대 서식지로 떠올랐지만, 주변 환경이 파괴되면서 남생이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8월, 경남 진주의 한 저수지에서는 남생이 15마리가 불법 설치된 통발에 걸려 집단으로 폐사했다. 최근에는 수달, 노랑부리저어새 등과 함께 전주 덕진공원에서 목격된 바 있다.
정부는 남생이 복원을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멸종위기종 복원·증식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은 인공 번식과 서식지 보호를 연구하고 있다.
남생이는 사육 환경에서 번식이 가능하다. 다만, 인공 번식 개체는 천연기념물로 취급되지 않고 멸종위기종으로만 관리된다. 중국에서는 불교 행사로 거북 방생이 이뤄지지만, 이는 오히려 외래종 유입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생이의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교잡 능력이다. 남생이는 다른 거북 종과 쉽게 잡종을 만들어낸다. 중국줄무늬목거북, 일본돌거북 등과의 교잡도 가능해 일본에서는 남생이 유입 개체가 자생종인 일본돌거북에 위협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