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수출 중단”...사상 초유 사태로 초비상 걸린 '국민 음식'

2025-05-1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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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냉동 닭고기 수입의 88%가 브라질산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 타격 예상

‘치킨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국민 1인당 연간 17마리 이상을 소비할 정도로 사랑받는 치킨이, 당분간 식탁에서 귀해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가금류 수출국인 브라질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닭고기 수출을 6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한국 닭고기 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치킨 가게 전경. 기사와 무관 / 뉴스1
치킨 가게 전경. 기사와 무관 / 뉴스1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현지시간으로 16일, 남부 히우그란지두술(Rio Grande do Sul) 주의 상업용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닭고기 세계 1위 수출국이자 2위 생산국인 브라질의 상업용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지역은 브라질 전체 닭고기 생산량의 60%가 집중된 핵심 지역으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브라질은 미국 농무부(USDA) 기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공급국이다. 지난해 가금류 수출액만 100억 달러, 한화 약 14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150여 개국에 닭고기 및 가공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브라질 내부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식탁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60일간 브라질산 가금류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미국 역시 달걀 수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달걀 가격 안정을 위해 올해 들어 브라질산 달걀 수입량을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린 상황이다. 이처럼 글로벌 식탁 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브라질발 수출 중단 사태는, 이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국내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총 5만1147톤의 닭고기를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무려 88%에 해당하는 4만5211톤을 브라질산에 의존했다. 대부분이 냉동 닭고기 형태로 수입돼, 프랜차이즈와 가정 간편식(HMR), 식자재 납품용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60일간의 공급 중단은 단순한 가격 상승 수준을 넘어, 공급 단절에 따른 ‘메뉴 불가’ 사태까지 야기할 수 있다.

치킨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다. 한국에서 치킨은 외식 업계의 절대 강자이자, 문화적 코드로 기능한다. ‘치맥’이라는 표현이 국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대중화됐으며, 야식, 회식, 스포츠 관람 등 일상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약 20kg 이상의 닭고기를 소비하며, 이는 소고기(12kg), 돼지고기(25kg)와 함께 주요 육류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튀김 치킨의 소비는 단일 외식 메뉴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치킨은 생닭과 냉동 수입 닭으로 나뉘는데,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주로 사용하는 냉동 부위육은 대부분 브라질산이다. 가정용 간편식이나 편의점 치킨, 학교 급식 등에 쓰이는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은 물론, 유통업체 및 요식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해당 조치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면서도, “60일 전에 수출 중단을 종료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AI 발생 지역인 히우그란지두술 주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브라질 정부의 입장일 뿐, 실제 수입국들의 대응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브라질 측은 “한국, 중국, EU에 대해 60일간 닭고기 수출 금지 조처를 해야 한다는 양국 간 프로토콜이 있다”며 “우리는 해당 국가들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치킨은 더 이상 ‘간식’이 아니다. 일상과 정서에 깊숙이 자리한 국민 음식이자, 국내 식문화의 상징이다. 브라질산 수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한국 사회는 이제 ‘치킨 없는 식탁’이라는 전례 없는 현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서울 중구 명동 음식점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 음식점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한편, 치킨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외식 메뉴다. 지난해 글로벌 미식 전문 가이드 ‘테이스트아틀라스’가 발표한 ‘외국인이 뽑은 한국 음식 순위’에서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이 1위를 차지하며 그 인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치킨은 1950년대 미군 주둔 시절을 계기로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후, 고유의 바삭한 튀김옷과 다양한 소스 조합을 기반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의 열량은 약 1550~3100kcal에 달한다. 이는 성인 하루 권장 열량(2000~2500kcal)을 초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섭취 시 양 조절이 필수적이다. 또한 치킨 100g당 평균 나트륨 427mg이 함유돼 있어,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치킨 껍질에는 트랜스지방이 많아 제거 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튀김옷을 떼는 것이 번거롭다면, 튀김옷 없이 구운 오븐 치킨이나 통닭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유튜브, 연합뉴스TV

이처럼 치킨은 단순한 외식 메뉴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 건강, 문화, 나아가 세계 미식 트렌드와도 연결된 상징적 음식이다. 이번 브라질 수출 중단 조치로 치킨 공급이 위축될 경우, 국내 식문화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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