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본 나물 중 가장 맛있다” 말까지 들으며 뜨고 있는 최악의 생태계교란종
2025-05-1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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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알레르기 원인 물질 1순위로 꼽히는데... 훌륭한 식재료?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온 불청객이 밥상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골칫덩이이자 식물성알레르기 원인 1순위로 꼽히는 단풍잎돼지풀이 알고 보니 향도 맛도 뛰어난 훌륭한 나물이란 점이 알려지며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있다. 향긋한 나물로 재발견되고 있는 단풍잎돼지풀에 대해 알아봤다.
단풍잎돼지풀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한국엔 미군 부대 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3~4m까지 자라는 키에 단풍잎을 닮은 잎, 그리고 늦여름에 노란 꽃가루를 날리는 모습이 특징이다. 경기 북부의 길가, 하천, 논밭을 점령하며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이 골칫덩이 식물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나물이라는 점이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약용 식물과 나물 등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유튜버 ‘텃밭친구’는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단풍잎돼지풀에 대해 “그냥 버려두기 아까운 고급나물”, “아는 사람만 두고 먹는다”, “먹어본 나물 중 가장 맛있다” 등의 독자 반응을 전했다.
단풍잎돼지풀은 생태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오랫동안 인식됐다. 실제로 단풍잎돼지풀은 강한 번식력과 타감효과로 토종 식물의 생장을 방해한다. 더욱이 꽃가루는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천식, 결막염, 피부 가려움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식물성알레르기 원인 물질 1위라는 말까지 듣는다. 파주, 연천, 문산 등 경기 북부 지역에서 무섭게 퍼지며 토종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환경부는 단풍잎돼지풀을 포함해 돼지풀, 가시상추, 환삼덩굴 등 16종의 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파주시는 매년 늦봄부터 초여름에 생태계 교란종 제거 공모 사업을 진행하며, 예초기를 보유한 단체를 지원해 뿌리째 뽑는 작업을 벌인다. 하지만 단풍잎돼지풀은 뿌리가 잘려도 다시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완전한 퇴치가 어렵다.
그런데 최근 단풍잎돼지풀을 나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며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이 식물은 부드러운 식감과 취나물과 같은 향을 자랑한다. 어린 순을 데쳐 들기름에 볶거나,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로 무쳐 먹으면 향긋하고 맛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된장국, 묵나물, 전으로도 훌륭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단풍잎돼지풀을 나물로 먹은 이들의 경험담이 주목할 만하다.
‘텃밭친구’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 정모씨는 “미국에선 나물로 먹는다. 작년부터 먹기 시작했다. 아무리 커도 데치면 부드럽다. 또 취나물 향이 난다. 된장국이나 묵나물로 먹으면 아주 맛있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어린 순을 데쳐 양념에 볶았는데 너무 맛있다. 간장, 참기름, 다진 파와 마늘로 무치거나 볶아 먹으면 향이 좋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향기도 좋고, 두릅처럼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남들이 식용임을 모르니 나만의 나물”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단풍잎돼지풀은 크게 자라도 위쪽 순을 꺾어 데치면 식감이 부드럽다고 ‘텃밭친구’는 전했다.
단풍잎돼지풀은 맛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롭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이 식물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돼 있다. 열수 추출물의 폴리페놀 함량이 소태나무보다 8배 높고 블루베리의 2배 이상이다. 폴리페놀은 체내 활성산소를 중화해 피부 노화, 고혈압,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나물로 활용하면 생태계 교란 문제도 간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식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 무서운 번식력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상추도 나물로 인기를 얻으며 점차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단풍잎돼지풀 역시 나물로 사랑받으며 생태계 균형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단풍잎돼지풀은 곰취, 참취, 고들빼기, 쑥, 민들레 같은 국화과 나물과 비슷한 풍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