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한국에서 아예 사라질라... 심상찮은 상황에 놓인 ‘국민 식재료’
2025-05-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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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설 자리 잃는 바지락... 빈자리 채우는 새꼬막·새조개

경기 바다에서 바지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닷물 수온이 오르면서 바지락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그 빈자리를 새꼬막, 우럭조개, 새조개가 채우고 있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고수온 여파로 경기 바다의 바지락 생산량은 75%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동안의 패류 생산량은 총 543t이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763t)과 비교하면 28.8% 감소한 것이다. 패류 중 생산량 감소가 가장 심각한 것은 바지락이다. 바지락은 35t 잡히는 데 그쳐 5년 치 평균(137t)과 견줘 수확량이 74.5%나 줄었다.
경기도는 올해 패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어장 바닥 흙덩이를 부수는 경운작업과 모래 살포 등을 통해 어장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수온 내성이 강하고 경제성 있는 어종인 새조개, 우럭조개 등 신품종 정착 연구와 종패 살포를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바지락 생산량이 앞으로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에 따르면, 경기 바다의 바지락 생산량은 2000년대 초반 연간 6000t 지난해 757t으로 90% 가까이 감소했다.
5, 6년 전부터 바지락 종패를 아무리 뿌려도 대부분 죽는 현상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화성 앞바다에서 바지락이 아예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화성 8미’ 중 하나로 어민의 주요 소득원이었던 바지락은 이제 갯벌에서 다른 패류로 대체되고 있다. 어민들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할 정도로 뚜렷하다. 이상고온으로 바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남해안이나 제주에서 보던 산호와 물고기가 화성 앞바다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화성 연안의 평균 수온은 2005년 16.03도에서 지난해 17.50도로 20년 만에 1.47도나 올랐다. 고수온은 바지락 생존에 치명적이다.
바지락 생산 급감은 축제까지 없앴다. 화성 궁평리에서 열리던 ‘화성포구 황금 바지락 축제’가 2010년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바지락이 나오지 않아서 축제를 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바지락이 사라진 자리엔 고수온에 상대적으로 강한 새꼬막이 자리를 잡았다. 2015년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 바지락 감소에 대응해 전남에서 새꼬막 6t을 들여와 화성 제부도에서 시험 양식을 시작했다. 1년 뒤 생존율 66%, 평균 무게 9.9g으로 전남(생존율 50%, 무게 9.5g)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 경기 지역 새꼬막 생산량은 2016년 3t에서 2019년 44t, 2023년 188t, 지난해 902t으로 늘었다. 10년도 안 돼 300배 이상 수확량이 늘어 바지락 생산량을 추월한 셈이다.
새조개와 우럭조개도 경기 바다에 뿌리내리고 있다. 2023년 백미리에서 새조개가 처음 발견됐다. 연구소는 같은 해 4월 서식 가능성을 확인하고 종자 생산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새조개 1만 마리를 도리도에 방류했으며, 올해 9~10월 정착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새조개의 가격은 1kg당 18만 원이다. 바지락(약 3000원)의 60배에 이른다. 우럭조개는 2020년 오이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지난해와 올해 화성·시흥 갯벌에서 자연 서식이 확인됐다. 1kg당 가격이 바지락의 4배 수준인 우럭조개는 2023년 3월 오이도와 도리도, 2024년 4월 탄도항과 오이도에서 발견됐다. 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화성·시흥 갯벌에 우럭조개 17만 마리를 방류해 정착을 시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