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났다” 나물처럼 생겼는데 살충제로 쓰이는 '독성 식물'

2025-05-1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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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로 알고 뜯었다간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 식물
원추리, 산마늘과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인 독초

따뜻한 봄철이면 전국 산과 들에는 연둣빛 새순이 고개를 내민다. 겨우내 움츠렸던 식욕을 자극하는 제철 산나물은 많은 이들의 밥상 위 별미지만, 그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봄나물과 유사한 독초를 잘못 채취해 섭취하면서 발생하는 중독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여로와 혼동하기 쉬운 산마늘. 사진은 덕유산 자락인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서 농민들이 안개와 이슬을 먹고 겨울에는 눈을 이불 삼아 엄동설한을 견딘 산마늘(명이나물)을 수확하고 있다 /뉴스1(거창군 제공)
여로와 혼동하기 쉬운 산마늘. 사진은 덕유산 자락인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서 농민들이 안개와 이슬을 먹고 겨울에는 눈을 이불 삼아 엄동설한을 견딘 산마늘(명이나물)을 수확하고 있다 /뉴스1(거창군 제공)

자연독 사고는 주로 봄과 가을에 집중된다. 봄철에는 식용 가능한 나물과 독초의 새순이 모양과 질감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특히 채취한 나물을 지인들과 나눠 먹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실수가 집단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러한 사례의 대부분은 독초를 산나물로 오인한 데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예가 ‘여로’다. 여로는 외형상 식용 산나물로 잘 알려진 원추리와 비슷해 초보자들이 쉽게 혼동하는 독초다. 두 식물 모두 뿌리 부위가 두툼하고 잎이 길쭉하며 봄철에 새싹을 틔우는 특징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여로는 식물 전체에 독성을 지닌 대표적인 유독 식물이다. 민간에서는 예부터 강한 독성을 이용해 살충제로도 쓰였을 만큼, 섭취할 경우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로의 뿌리는 약용으로 소량 사용되기도 하지만, 섭취용이 아니라 외용에 한정된다.

백합과의 여로, 유독식물 / 유튜브 '텃밭친구'
백합과의 여로, 유독식물 / 유튜브 '텃밭친구'

여로와 원추리는 잎의 생김새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여로는 잎에 털이 많고 세로 방향의 깊은 주름이 있으며, 대나무처럼 맥이 나란히 있다. 반면 원추리 잎은 털과 주름이 없고 매끈하며, 끝이 둥글고 흰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크기 역시 원추리는 6~8cm로 길고, 여로는 2~3cm로 짧고 좁은 피침형이다.

하지만 원추리 역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식용 가능한 산나물이라 해도, 원추리는 ‘콜히친(Colchicine)’이라는 독성 성분을 미량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충분히 데친 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잎이 자랄수록 독성이 강해지므로 어린잎만 선별해 끓는 소금물에 삶고 찬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다.

여로는 산마늘과도 혼동하기 쉽다. 처음 올라올 때는 뾰족하게 올라오는데 산마늘과 비슷해 주의해야 한다. 벌어진 잎도 산마늘과 유사하다. 뿌리 모습도 산마늘과 닮았다.

뿌리 모습이 산마늘과 닮은 여로 / 유튜브 '텃밭친구'
뿌리 모습이 산마늘과 닮은 여로 / 유튜브 '텃밭친구'

실제 중독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유튜브 '텃밭친구' 댓글 창에는 “20대에 지리산에서 여로를 산마늘인 줄 알고 동아리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가 모두 심한 구토와 전신 마비 증상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며 경각심을 일으켰다. 해당 사례자는 “담즙까지 토해내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며 “진짜 죽다 살아났다”고 당시의 고통을 생생히 전했다.

전문가들은 독초를 섭취해 발생하는 중독 증상으로 설사, 복통, 구토, 어지러움, 경련, 심한 경우 호흡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즉시 손가락을 이용해 구토를 유도한 뒤, 남은 식물 샘플을 지참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유튜브, 텃밭친구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봄철 산나물 채취 시에는 반드시 식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와 동행하고, 조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 채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잎만 채취하고 뿌리는 남겨두며, 산나물 고유의 조리법을 반드시 확인한 후 섭취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봄나물을 건강한 즐거움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 속에 숨어 있는 ‘독의 가능성’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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