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 번만 뒤집으래…40년차 베테랑 셰프가 전수하는 완벽한 삼겹살 굽기
2025-05-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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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굽기의 오해와 진실 알려 준 이승열 셰프
40년 경력의 베테랑 셰프 이승열이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삼겹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을 공개했다. 그는 팬 선택부터 예열 온도, 굽는 방식, 뒤집는 타이밍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완벽한 삼겹살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승열 셰프에 따르면 삼겹살을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게, 즉 겉바속촉으로 굽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팬의 선택이다. 일반적인 코팅 팬은 열이 빠르게 오르고 식는 특성이 있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무쇠 재질의 롯지팬은 열 보존력이 뛰어나 고기를 일정한 온도로 고르게 익힐 수 있다. 롯지팬은 스테이크나 볶음 요리에도 적합하며 고기의 풍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다만 무겁고 녹이 잘 생기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팬이 준비됐다면 다음은 예열 온도다. 겉바속촉 삼겹살을 원한다면 팬을 반드시 175도 이상으로 예열해야 한다. 이때 팬의 온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팬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즉시 증발하면 온도가 175도 이상이라는 신호다. 이 온도에 도달한 팬에 고기를 올리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고기의 표면은 갈색으로 바싹하게 익고 속은 육즙이 살아 있는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은 고기에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며 식감을 극대화하는 핵심 포인트다.
반대로 팬을 예열하지 않고 고기를 굽는 방식도 있다. 이 방법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겉이 바싹하지는 않지만 육질이 매우 부드럽고 수육처럼 촉촉한 식감이 살아난다. 부드러운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더 적합하다. 이처럼 굽는 방식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고기를 올린 뒤 가장 중요한 것은 뒤집는 타이밍과 횟수다. 흔히 '고기는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승열 셰프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돼지고기의 경우 자주 뒤집어야 겉이 타지 않고 속까지 고르게 익는다"고 강조했다. 뒤집는 기준은 고기 단면의 3분의 1이 익었을 때다. 이때 첫 번째로 뒤집고 이후 반대편도 같은 기준으로 확인해 앞뒤로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 고기의 두께에 따라 뒤집는 횟수도 달라지는데 그는 1cm당 10번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주 뒤집는 것이 귀찮거나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셰프는 이 과정이 고기의 균일한 익힘과 탄 부분 없이 맛있는 식감을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르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는 '고기를 불판에 올릴 때 자르면 안 된다'는 주장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고기를 한 줄로 통째로 올릴 경우 한두 번만 뒤집으면 되지만 열 조각으로 커팅해 올렸을 경우에는 그만큼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뒤집는 횟수는 고기의 형태와 조각 수에 따라 달라질 뿐이라는 설명이다.
고기의 품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 셰프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삼겹살은 지방과 살의 분포가 불균형하고 등급이 낮다고 지적했다. 좋은 삼겹살은 층이 명확히 구분되며 신선도가 뛰어나다. 가공 과정도 중요하다. 좋은 원재료를 사용하고 제대로 가공된 삼겹살은 굽는 방식에 따라 맛이 배가된다.
직화로 삼겹살을 구울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도 짚었다. 삼겹살은 지방이 많은 부위이기 때문에 직화로 굽게 되면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그을리게 된다는 것이다. 기름이 불에 닿는 순간 발생하는 그을음 연기는 고기의 풍미를 해칠 수 있다. 캠핑에서 장작불에 철망을 올려 삼겹살을 구울 경우 고기가 시커멓게 변하는데 이는 그을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결과다.

끝으로 그는 어떤 두께의 삼겹살이 가장 맛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명확한 정답은 없다고 했다. 이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위에서 제시한 방식대로 굽는다면 어떤 두께의 삼겹살이든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열 셰프는 삼겹살을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팬의 선택, 온도 조절, 뒤집는 횟수와 타이밍, 고기의 품질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단순한 삼겹살 굽기에도 깊은 과학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