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싹 다 아니다…전국서 가장 삼겹살 비싼 곳으로 꼽힌 뜻밖의 '지역'
2025-08-21 11:05
add remove print link
삼겹살 100g당 3134원…전국서 가장 비싸
광복절 연휴 때 하루에만 5만 명 찾은 곳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인한 축산 피해와 도축량 감소, 원료육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삼겹살 한 근(600g) 가격이 2만 원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삼겹살값이 비싼 지역으로 광복절 연휴 때 하루에만 5만 명이 찾은 국내 대표 휴가지가 꼽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제주 지역 돼지고기 삼겹살 100g당 평균 소비자 가격은 3134원으로 전국 평균 2874원을 웃돌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7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288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8% 오르고 평년보다 10%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평균 가격도 2754원으로 2022년 7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일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삼겹살은 이미 100g당 약 6300원이며 한 근 가격으로 따지면 3만 78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삼겹살이 서민 음식이자 국민 대표 외식 메뉴라는 인식이 통째로 흔들리는 셈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도축량 감소와 가공용 원료육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돼지 평균 도매가격이 1kg당 5300~55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3.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플레이션도 무시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폭염으로 피해를 본 가축은 151만여 마리로, 지난해보다 67.9% 늘었고 그중에서도 돼지만 8만 6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가 한 달 넘게 '심각' 단계에 머물면서 공급 불안 우려도 커졌다.
돼지고기 이외 다른 식재료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기준 제주도 물가 정보에 따르면 주요 대형 매장을 기준으로 청상추 값은 일주일 새 10% 올랐고 100g에 3000원 가까운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깻잎과 시금치도 10% 이상 올랐다. 저장 채소인 배추도 계속 가격이 올라 어느새 포기당 9000원 선을 넘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연일 이어진 폭염에 늘어난 가축 폐사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총 2674마리에 달한다.
돼지 2211마리, 닭 463마리 등 38개 농가가 가축재해보험에 피해를 신고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제주의소리에 따르면 실제 바깥 온도가 27도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아도 습도가 높을 경우 체감온도는 훨씬 높게 느껴지기 때문에 축사 안은 사우나처럼 덥게 느껴질 수 있다.
제주의 한 양돈농가에 따르면 돼지는 사람처럼 땀샘이 없어 호흡으로 체온을 조절하는데 더위에 지치면 사료를 잘 먹지 않고 물만 마시게 된다. 이에 따라 분뇨 배출량이 많아져 처리 비용 역시 많이 늘어난다.
그럼 성장이 늦어지고 원래 약 180일이던 출하 시기도 200일로 미뤄진다. 출하가 늦어지면 판매 물량도 줄고 축사에도 돼지가 꽉 차버려 농가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진다. 문제는 이런 문제가 매년 여름 반복되는 데다가 폭염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축사 측은 냉방 설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기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한 달에 나오는 전기세만 해도 기본 15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40도 여름, 이제 시작일 뿐
기후학자들 대다수는 이미 한반도의 폭염과 이상기후가 향후 10~20년간 심화하면서 '이상기상 현상'이나 '기상 재해'로 지칭되는 현상이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 13일 머니투데이를 통해 전해졌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북만구 해수면 온도 상승기로, 최근 일어나고 있는 40도 이상의 극한 폭염 증가 추세가 향후 5년 이상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특히 다음 엘니뇨(2~5년마다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 전후로 '역대급' 폭염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이미 지난달 초 40도 넘는 기온이 수도권 관측 사상 처음 기록됐다"라며 "현재 브레이크라 할 만한 게 없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 본다"라고 했다. 함유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역시 "지구온난화의 근본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은 아직도 매년 증가 추세"라며 "이대로라면 지금 겪는 폭염이 10년 뒤에는 거의 일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늘어나는 이상 폭염일수 증가와 최고온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