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다…한 근 가격이 4만원 코앞이라는 '국민 외식 메뉴' 정체
2025-08-20 08:15
add remove print link
서울 폭염에 냉면·삼계탕·삼겹살값 또 인상
일부 백화점 삼겹살 100g당 6000원 넘어
서울에서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냉면과 삼계탕을 비롯한 5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달에도 계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중에서도 삼겹살 월평균 가격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20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서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 2269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만 2423원으로 154원 상승했다.
삼계탕 역시 같은 기간 1만 7654원에서 1만 7923원으로 269원 인상했다.
냉면 한 그릇 가격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2022년 4월에는 1만 원 수준이었고 2023년 6월에는 1만 1000원, 지난해 12월에는 1만 2000원을 넘어섰다.
삼계탕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7년 6월 1만 4000원이었던 삼계탕 평균 가격은 2022년 7월 1만 5000원, 2023년 1월 1만 6000원, 지난해 7월에는 1만 7000원을 넘어섰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서울 지역 식당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유명 식당들은 이보다 더 비싸게 판매한다.
냉면으로 잘 알려진 을밀대, 우래옥, 봉피양, 평가옥의 가격은 1만 6000원이고,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1만 5000원에 판매한다.
일부 평양냉면 전문점은 한 그릇 가격을 1만 7000원, 1만 8000원으로 책정하기도 한다.
삼계탕 전문점인 토속촌, 고려삼계탕, 논현삼계탕에서는 '기본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이 2만 원에 달하며 고명이나 내용물이 추가된 삼계탕은 2만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외식 품목들도 소폭 인상됐다. 특히 국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 1인분(200g)은 지난 6월 2만 447원에서 지난달 2만 639원으로 192원 올랐고 비빔밥은 같은 기간 1만 1462원에서 1만 1538원으로 76원 상승했다.
김치찌개 백반도 8500원에서 8577원으로 77원 인상했다. 반면 김밥(3623원), 자장면(7500원), 칼국수(9692원)는 전달과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서울의 개인 서비스 요금도 일부 변동이 있었다. 지난달 이발소 이용 비용은 1만 2538원으로 전달과 동일했지만 목욕비는 1만 769원으로 전달보다 77원 인상했다.

◆ 국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값의 무서운 상승…한 근 4만 원 눈앞
이런 가운데 삼겹살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인한 축산 피해, 도축량 감소, 원료육(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식품을 만들 때 기본 재료로 사용되는 고기)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삼겹살 한 근(600g) 가격이 2만 원에 근접했다. 특히 일부 백화점에서는 3만 7000원대까지 오르면서 서민 대표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삼겹살 100g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288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2554원)보다 12.8% 올랐고 평년(2619원) 대비 10% 상승했다. 월평균 가격도 2754원으로 2022년 7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제주 3152원, 전북 3008원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3000원을 넘어섰고 유통 채널에 따라 최저 2850원에서 최고 6300원까지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삼겹살은 100g당 6300원으로, 한 근 가격으로 따지면 3만 7800원에 이른다. 이는 삼겹살이 서민 음식이라는 인식을 흔들어 놓는 셈이다.
가격이 뛰는 배경에는 도축량 감소와 가공용 원료육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돼지 평균 도매가격이 1kg당 5300~55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3.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기후플레이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5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폭염으로 피해를 본 가축은 151만여 마리로 지난해보다 67.9% 늘었고 돼지만 8만 6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 경보가 한 달 넘게 '심각' 단계에 머물면서 공급 불안 우려도 커졌다.
축산물 가격 급등은 식품과 외식 물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3.5% 올라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151개 품목 중 116개(76.8%)의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수박은 20.7%, 귤은 15.0%, 시금치는 13.6%, 열무는 10.1% 오르는 등 채소와 과일 가격도 두 자릿수 급등세를 보였다.

◆ 정부의 소비 진작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정부가 내놓은 소비 진작책이 되레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수도권 성인 1000명 중 83.5%가 소비 쿠폰을 활용해 먹거리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는데 이 중 60%는 육류를 고려했고 특히 한우와 돼지고기 수요가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당시 재난 지원금 지급 직후 소고기 등 일부 품목 가격이 급등했던 상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