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부터 근로시간 유연화까지…노동시간 놓고 갈라진 대선 공약
2025-05-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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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저마다 다른 공약을 알아본다
한때 토요일은 ‘반공일’이었다. 오전 근무를 마친 뒤 애국 교육과 청소로 마무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말은 ‘반만 쉬는 날’이었다. 그러던 흐름이 2004년 주5일제 도입을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기업부터 시작된 이 변화는 중소기업과 학교 등으로 확산되며,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 모두 쉬는 날이 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이제는 ‘금요일까지 쉬자’는 목소리가 대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주 4.5일제 도입, 근로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지역 차등 적용 등 노동 현안이 주요 대선 공약으로 떠오르면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담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체결한 정책협약에서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 노조 활동 보장,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 7가지 과제를 명시하며 노동정책을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5일 근무제의 제도적 기반은 2003년 마련됐다. 당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고, 여기에 연장근로까지 포함하면 현재의 주52시간제가 탄생했다.
주4일제 논의는 단순히 하루 덜 일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는 법 개정이 동반돼야 실현 가능하다. 해외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이 35시간이고, 벨기에는 주5일치를 주4일로 몰아서 일하는 선택형 제도를 도입했다. 아이슬란드는 공공부문 중심으로 4년간 시범 운영을 거친 끝에, 동일 임금 조건에서 주35~36시간 근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52시간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약 1순위로 ‘자유 주도 성장’을 내걸었고, 그 핵심에는 기업 활동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정책 방향이 담겨 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단순히 ‘줄이자’거나 ‘늘리자’는 구도와는 결이 다르다. 계절성과 생산량에 민감한 산업, 밤샘 연구가 빈번한 직군에서는 유연한 근무제에 대한 요구가 크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특별법도 그런 배경에서 추진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근로시간 개편 논의의 전제는 결국 건강권 보장이다. 일을 더 하든 덜 하든, 사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주52시간제를 둘러싼 논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