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멸종위기… 전 세계에 40마리도 남지 않은 '희귀 동물'

2025-05-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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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곰 '고비불곰'

전 세계에 40마리도 남지 않은 희귀 동물이 있다. 극한의 사막에서 살아남은 이 동물은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몽골 고비 사막에만 서식하는 유일한 곰, 고비불곰 마자알라이(Mazaalai)를 알아보자.

고비불곰 서식지 몽골 고비 사막. / 유튜브 'BBC Earth'
고비불곰 서식지 몽골 고비 사막. / 유튜브 'BBC Earth'

고비불곰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곰 중 하나로 꼽힌다. 학명은 'Ursus arctos gobiensis'로, 불곰(Brown Bear)의 아종이다. 일반 불곰과 달리 이들은 사막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몽골 남서부 고비 사막, 특히 알타이 산맥 근처의 험준한 지역이 이들의 주요 서식지다. 이곳의 강수량은 연간 100mm도 채 안 되고, 식물이 드문 척박한 땅이다.

고비불곰은 1920년대 초 알타이 산맥 아지보그드 지역에서 발자국이 처음 발견됐다. 몽골 사람들은 이 곰을 ‘마자알라이’라 부르며, 고비 사막의 상징이자 자연의 수호자로 여긴다. 과거 몽골 유목민들은 고비불곰을 신성시해 사냥을 피했지만, 1950년대 몽골 정부의 대규모 곰 사냥 정책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당시 가축 보호와 모피 수출을 위해 곰을 조직적으로 제거하면서 고비불곰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고비불곰은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곰으로 꼽힌다. 야생 개체 수는 40마리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불곰 아종 중 가장 적은 숫자다. 몽골 환경부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고비불곰을 ‘위급’(Critically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하며, 멸종 직전의 종으로 보고 있다. 이 숫자는 2010년대 약 30마리에서 약간 늘어난 것이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개체 수가 적은 만큼 유전 다양성도 낮아, 질병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고비불곰이 물을 마시는 모습. / 유튜브 'BBC Earth'
고비불곰이 물을 마시는 모습. / 유튜브 'BBC Earth'

멸종 위기의 주요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다. 고비 사막은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건조해지고 있다. 연간 강수량이 줄고, 가뭄이 빈번해지면서 고비불곰이 의존하는 물과 먹이가 부족해졌다. 특히 사막의 오아시스나 샘물이 말라가면서 곰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졌다. 여기에 광업 개발도 큰 위협이다. 고비 사막은 금, 구리 등 광물이 풍부해 채굴 활동이 활발하다.

1950년대 사냥 이후 개체 수가 회복되지 않은 것도 멸종 위험을 키운다. 낮은 번식률도 문제다. 고비불곰은 2~3년에 한 번,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새끼의 생존율은 50% 미만으로 알려졌다. 고비불곰의 수명은 야생에서 약 15~20년이다. 포로 상태에서는 30년까지 살기도 하지만, 현재 사육 중인 고비불곰은 거의 없다.

이들의 생김새는 불곰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몸길이는 약 1.5~2m, 무게는 80~150kg이다. 털은 황갈색에서 회갈색으로, 사막의 모래와 바위에 잘 어울린다. 발바닥은 모래 위를 걷기 위해 넓고 두꺼운 패드로 발달했다. 이 패드는 뜨거운 모래와 날카로운 돌로부터 발을 보호한다. 또한 이빨과 발톱은 사막 식물과 작은 동물을 잡기에 최적화돼 있다.

고비불곰. / 유튜브 'BBC Earth'
고비불곰. / 유튜브 'BBC Earth'

주된 먹이는 사막에 드문드문 자라는 풀뿌리, 열매, 곤충 등이다. 특히 사막의 관목인 ‘삭사울’(Haloxylon ammodendron)의 뿌리와 열매를 즐긴다. 여름철에는 개미, 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먹고, 가끔 작은 설치류나 도마뱀을 사냥한다.

고비불곰은 수 km 밖의 물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다. 몽골 연구진에 따르면, 고비불곰은 비가 내린 뒤 고인 물을 찾아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막 동물들에게도 물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야생 양이나 염소가 고비불곰의 발자국을 따라 물을 찾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고비불곰은 사막에서 씨앗을 퍼뜨리고, 땅을 뒤집어 식물이 자라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개체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이런 활동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몽골 정부는 ‘고비곰 보호 프로그램’을 통해 서식지 보전과 밀렵 방지에 힘쓰고 있다. 2013년엔 고비 사막 일부를 ‘고비곰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광업을 제한하기도 했다.

유튜브 'BBC Earth'

하지만 사막화가 빨라지고 광업 활동이 계속될 경우, 2030년까지 고비불곰 개체 수가 20마리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보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면, 100마리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 몽골 정부는 2020년 ‘고비 사막 생태 복원 계획’을 세워 2030년까지 서식지를 20% 넓히고 물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수백 년을 버텨온 고비불곰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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