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산책하다 이 풀을 보면 얼른 캐세요... 임금이 먹은 나물입니다

2025-05-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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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정권 차원에서 건강에 좋다고 권장하는 '왕의 나물'

강둑을 따라 걷다 보면 쑥 닮은 잎사귀가 바람에 살랑인다. 쑥을 닮긴 했지만 뭔가 다르다. 물쑥. 습지와 하천 변에서 조용히 자라는 이 여러해살이풀은 오랜 세월 자연과 식탁을 풍요롭게 채웠다. 겉보기엔 평범한 풀 같지만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건강을 지키는 효능으로 사랑받는다. 조선 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고 북한도 정권 차원에서 식용을 권장하는 유명 나물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물쑥의 매력을 하나씩 파헤쳐 보자.

물쑥 / 국립생물자원관
물쑥 / 국립생물자원관

물쑥, 어떤 식물인가

물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전역의 강둑, 하천 변, 습지에서 자란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 동시베리아, 몽골, 일본,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높이는 1~2m에 달한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윗부분에서 가지를 친다. 붉은빛을 띠며 세로주름이 있다. 뿌리줄기는 굵고 목질이며, 옆으로 뻗어 군집을 이룬다. 잎은 3~5갈래로 깊게 갈라진다. 갈래잎은 선형이나 피침형이고, 끝은 뾰족하다. 잎 가장자리엔 잔 톱니가 있다. 잎 앞면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뒷면은 흰색 거미줄 같은 털로 덮여 있다.

물쑥 / 국립생물자원관
물쑥 / 국립생물자원관

꽃은 8~9월에 핀다. 지름 2~2.5mm의 연한 황갈색 머리모양꽃이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모인꽃싸개잎은 종 모양이고, 털이 있다. 열매는 타원형 수과로, 9~10월에 익는다. 물쑥은 쑥속 식물 중 잎이 갈라지고 톱니가 뚜렷해 쉽게 구분된다. 잎이 갈라지지 않는 외잎물쑥은 물쑥의 품종으로, 약간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물가와 습지에서 자라는 생태적 특성에서 물쑥으로 불린 것으로 추측된다.

제철은 이른 봄부터 초여름. 3~5월에 나는 어린 싹과 잎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다. 이 시기 뿌리와 함께 채취해 나물로 먹는다. 늦여름부터 가을엔 잎과 줄기가 단단해지며 약재로 쓰인다.

요리법과 그 맛의 비밀

물쑥은 한국 식탁에서 다재다능한 재료다. 어린 잎과 줄기는 나물, 샐러드, 튀김, 차로 활용된다. 뿌리는 봄철에 캐서 식용한다. 쑥속 식물 중 뿌리를 나물로 먹는 건 물쑥이 유일하다. 맛은 독특하다. 치나물과 비슷한 진한 향이 난다. 달면서도 살짝 매운맛이 있다. 쓴맛은 거의 없어 먹기 부담스럽지 않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이유도 이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 덕분일 것이다.

봄철 어린 물쑥은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올리브유나 들기름에 소금 간을 해 볶으면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고추장과 간장으로 무쳐도 별미다. 샐러드로 먹을 땐 생으로 썰어 소금과 기름에 버무린다. 튀김은 잎과 줄기를 그대로 튀겨 바삭하게 즐긴다. 차는 말린 잎을 우려낸다. 향이 진해 일부는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밥에 올리거나 비빔밥 재료로 쓰면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북한에서도 물쑥은 건강식으로 주목받는다. 북한 내각의 기관지 민주조선은 물쑥의 영양과 효능을 강조하며 요리법을 소개한 바 있다. 건강과 장수를 위한 식재료라고 설명했다.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요리법은 남한과 비슷하지만, 독특한 조리법도 있다.

먼저 물쑥뿌리국. 뿌리를 데쳐 쓴맛을 뺀다. 솥에 기름을 두르고 된장, 뿌리를 볶는다. 고춧가루를 넣어 섞는다. 쌀뜨물을 부어 푹 끓인다.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파, 마늘, 조미료, 깨를 넣어 마무리한다.

물쑥국. 쑥을 손질해 물기를 짠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된장을 볶는다. 국물을 부어 끓인다. 마른 새우가루나 조갯살가루로 맛을 낸다. 쑥에 밀가루나 생콩가루를 묻혀 국 위에 띄운다. 뚜껑을 덮고 끓인다. 쑥 향이 나면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물쑥초나물도 있다. 쑥을 데쳐 찬물에 우린다. 물기를 짠다. 식초, 고추장, 간장, 마늘, 설탕, 기름, 깨소금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쑥을 4~5cm로 썰어 양념장에 버무린다.

북한은 물쑥을 이른 봄 어린 잎과 뿌리, 5~6월 새순으로 나눠 요리한다. 이 시기 재료가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

북한은 물쑥이 건강에 좋다고 홍보한다. 해독, 해열, 지혈, 항암, 이뇨 작용이 있다고 본다. 류마티스, 요통, 냉, 부인병, 설사, 위장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향이 좋아 입맛을 돋운다는 점도 강조한다.

건강을 지키는 물쑥의 힘

물쑥은 약재로도 오래 사랑받아왔다. 한의학에선 한양명이라고 부른다. 달고 매운맛에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 독성은 없다. 주로 8월 꽃필 무렵 지상부를 채취해 약으로 쓴다. 가을엔 뿌리도 약재로 활용된다. 하루 5~10g을 달여 복용한다.

효능은 다양하다. 우선 간 건강에 좋다. 간의 열을 내리고 간경변, 간염, 황달에 효과가 있다. 간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조혈 작용으로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고혈압, 중풍 예방에 유익하다. 혈당을 낮춰 당뇨병에도 효과적이다. 몸을 따뜻하게 해 위와 장을 튼튼히 한다. 꾸준히 먹으면 기력을 높인다.

신장기능을 개선한다. 소변 배출을 돕는다. 염증과 부종을 완화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종양, 항균 작용으로 항암 효과가 있다. 진통 작용도 있다. 복통, 산후복통, 신경통, 관절통을 완화한다. 냉증과 월경불순 같은 여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몸이 찬 사람에게 특히 좋다.

물쑥 / '산야초나라 TV'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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