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인데...사람도 공격하는 최대 1800kg 괴물 크기 '멸종위기 동물'
2025-05-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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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50~60kg에 달하는 식물 먹는 거대 동물
육상에서 세 번째로 큰 포유류
하마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가진 동물이다. 물속에 얼굴만 내놓고 유유히 부유하거나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친숙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대부터 이어진 오해와 현대의 위협 사이에서 복합적인 정체성을 지닌 생물이라는 사실이 숨어 있다.

‘하마’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어 ‘히포포타무스(hippopotamus)’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강 속의 말’이라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물속에 잠겨 있는 거대한 하마의 모습에서 말을 연상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고, 우리말 역시 이를 반영해 ‘강 하(河)’와 ‘말 마(馬)’ 자를 써 ‘하마’로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하마는 말보다는 소와 더 가까운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하마는 수영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에 잘 뜨지도 못하고 헤엄도 자유자재로 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늪이나 얕은 물에서 네 발로 바닥을 차며 이동한다.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 같은 얇은 막이 있고, 콧구멍은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어 반수생 생활에 적응된 형태다. 낮 동안 물에 잠겨 체온을 조절하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며, 밤에는 육상으로 올라와 풀이나 과일, 나뭇잎을 섭취한다. 성체는 하루 평균 50~60kg에 달하는 식물을 먹는다.
하마는 육상에서 세 번째로 큰 포유류로, 수컷의 경우 몸무게가 최대 1800kg에 달할 수 있다. 체중뿐 아니라 하마의 턱 구조도 위협적인데, 문고리의 경첩처럼 맞물린 턱은 보통 150도, 최대 180도까지 벌어져 입을 완전히 수평에 가깝게 펼 수 있다. 이와 함께 발달한 송곳니는 공격 수단이 되는데, 특히 수컷의 송곳니는 암컷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영국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수컷 하마의 턱 무게는 암컷보다 44% 더 무겁고, 송곳니는 무게 기준으로 무려 81% 차이가 나며 1개당 2kg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면, 먹이를 먹을 때 사용하는 어금니 등은 암수 간 차이가 거의 없다. 이처럼 하마는 육식은 하지 않지만 턱과 송곳니가 무기가 되는 독특한 초식동물이다.

하마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으며, 상아와 고기 등을 얻기 위한 밀렵이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불법 밀렵, 상아 거래, 트로피 헌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체 수는 꾸준히 감소 중이다. 2023년 YTN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기준 전 세계 하마 개체 수는 13만 마리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로 중남부 아프리카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토착종인 하마가 최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다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콜롬비아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살아있던 시절 들여온 4마리의 하마가 에스코바르 사망 이후 인근 강과 늪으로 퍼지면서 번식, 현재는 200마리에 육박하는 개체가 남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래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훼손 등 다양한 생태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마는 본디 공격적인 성격이 있는 동물은 아니지만,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고 느끼면 곧바로 공격 모드에 들어간다. 최대 시속 30km로 돌진할 수 있으며, 배나 사람을 추격해 전복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하마의 공격으로 공원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루거 국립공원 측은 “하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이는 야생의 질서를 무시한 결과”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에서는 하마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년 수백 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트를 전복시키거나 경작지를 망가뜨려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러나 이런 야생성과 동시에, 하마는 매우 복잡하고 미지의 영역이 많은 동물이기도 하다. 거대한 체구와 공격성 때문에 연구자들의 접근이 어려워, 포유류 중 가장 연구가 부족한 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하마는 예상 외로 사회적이며 다양한 소리로 무리 간 의사소통을 한다. 2022년 프랑스 장모네대 연구팀은 모잠비크 마푸투 자연특별보호구역의 하마를 연구한 결과, 하마는 단순히 꿀꿀거리는 소리 외에도 '꽥'하는 특유의 외침과 우렁찬 고함으로 서로 교류하며, 무리 내부 질서 유지와 경계 알림 등에 이 소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식동물이지만 포식자 못지않은 위력과 예측 불가한 행동 특성을 지닌 하마는, 단순한 동물원 동물이 아닌 생태계의 균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이중적 존재다. 더불어 멸종 위기의 경고 속에서 그 존재 자체가 위태롭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관리와 인식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