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선 1장당 3만원.. 측정 불가능 가치 가진 '희귀 한국 식재료'
2025-05-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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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희귀종... 삼척에서 사라지면 한국에서 절멸

강원 삼척시 소한계곡. 석회암 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른다. 물속에서 녹색 잎사귀가 물결친다. 얼핏 이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민물에서도 김이 자란다. 이름도 민물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삼척시에서만 자라는 보물이다. 전 세계에서도 드문 민물김에 대해 알아봤다.
이름과 뿌리, 민물김의 시작
민물김은 녹조류다. 민물파래과 프라시올라(Prasiola) 속에 속한다. 학명은 프라시올라 자포니카(Prasiola japonica). 바다김과 달리 민물에서 자란다. '물김'으로 불리다 현대에 민물김으로 정착했다. 1938년 한 일본 학자가 함경남도 문천군에서 처음 기록했다. 조선카하노리라고 이름을 지었다. 일본에선 카와노리, 즉 하천김으로 불린다. 한국에선 삼척시 소한계곡과 도계읍 산기천에서만 자란다. 프라시올라 속은 전 세계 61종이 보고됐다. 그중 34종만 인정된다. 민물김은 그중 하나다. 과거 함경도와 강원도 계곡에서도 자랐다. 이제는 소한계곡 1km, 산기천 400m 구간이 서식지의 전부다. 다른 지역에선 자취를 감췄다. 민물김이 한국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희귀함의 조건, 민물김의 서식지
민물김은 극히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민물 조류다. 한국에선 삼척에서만 산다. 소한계곡은 그 본거지다. 삼태산에서 발원한 용천수가 흐른다. 석회암층을 뚫고 나온 물이다. 연중 12~14도를 유지한다. 초당 1m 이상의 빠른 유속. 약알칼리성 환경. 이 까다로운 조건이 민물김을 키운다. 수온이 13도를 넘으면 성장이 멈춘다. 가뭄은 물을 말린다. 홍수는 바위를 뒤덮는다. 둘 다 민물김에 치명적이다. 2019년 도계 산기천에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서식지는 여전히 좁다. 소한계곡 1km, 산기천 400m. 이 구간 밖엔 없다. 전국 다른 계곡은 조건이 맞지 않는다. 과거 함경도 계곡의 민물김도 사라졌다. 삼척 밖에서 민물김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민물김의 생장은 까다롭다. 부동포자가 바위에 붙는다. 15도에선 하루, 10도에선 이틀이 걸린다. 포자는 6~8㎛에서 10~14㎛로 커진다. 타원형이 된다. 세포분열이 시작된다. 15도에서 10일 만에 세포가 둘로 나뉜다. 세포질 이동 통로가 생긴다. 세포가 4~5개로 늘어난다. 통로 위치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100㎛까지 엽장이 자란다. 이후 엽폭이 커진다. 90일 뒤 눈에 보이는 민물김이 된다. 석회성분과 강한 유속이 필수다. 강우량도 영향을 준다. 8월 강우가 많으면 풍성하다. 하지만 환경이 조금만 어긋나도 자라지 않는다. 이런 섬세함이 민물김을 희귀하게 만든다.
개체 수는 급감했다. 1980년대엔 15만 장이 채취됐다. 2000년대엔 3만 장으로 줄더니 지금은 연간 10kg 남짓하다. 자연산은 12월 초 사라진다. 2012년 소한계곡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 됐다. 채취는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된다. 민물김은 말 그대로 멸종 위기다. 삼척에서 사라지면 한국 민물김은 끝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민물김은 드물다. 일본 규슈의 스이젠지노리처럼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란다. 삼척시는 서식지 확대를 연구 중이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민물김은 자연의 기적 같은 존재다.
영양과 잠재력, 민물김의 가치
민물김은 영양의 보고다. 김 5장에 달걀 1개 분량의 단백질, 2개 분량의 비타민 A가 들었다. 비타민 B2도 풍부하다. 만노스(단당류의 한 종류)가 많아 혈당을 조절한다. 항염증 효과가 있다. 올레산과 리놀레산은 바다김의 3~4배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이다. 만니톨은 부종을 줄인다. 산후조리에 미역국 대신 김국을 썼다는 말도 있다. 칼슘은 바다김의 1.8배, 철분은 1.4배 들었다. 칼륨, 마그네슘, 아연도 풍부하다. 반면 나트륨은 3.8배 적다. 항산화 물질이 많아 암세포 사멸 효과가 있다. 동맥경화와 고혈압 예방 효과도 있다.
산업 가능성이 크다. 지역을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 2019년 양식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19kg을 수확했다. 자연산보다 2배 큰 2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게다가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일본에선 민물김류가 장당 3만 원에 팔린다. 일반 김은 아무리 비싸봐야 장당 300원을 넘지 않는다. 100배 이상 비싼 셈이다. 삼척에서 사라지면 한국에서 절멸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환산 불가능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삼척시는 연 100kg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명 호텔이 구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누와 화장품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체험 관광과 특산품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워낙 희귀한 만큼 모든 것이 도전이다.
식탁 위 민물김, 간단한 요리법
민물김은 과거 산후조리용 김국을 만드는 재료였다. 바다김처럼 요리한다. 고소하고 감칠맛이 강하다. 비린맛이 없다. 김국은 물에 멸치 10마리, 다시마 5cm를 10분 끓인다. 건져내고 민물김 50g을 넣는다.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티스푼, 소금 약간을 넣고 3~4분 끓인다. 참기름 1티스푼과 통깨로 마무리한다. 무침을 만들 땐 민물김 30g을 10초 데친다.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짠다. 간장, 참기름, 다진 파, 볶은 참깨 각 1티스푼으로 무친다. 구이는 민물김을 건조해 약불에 5초 굽는다. 참기름과 소금을 바른다. 먹어본 이들은 바다김보다 깊은 맛이 난다고 평한다. 소한계곡의 민물김이 식탁을 바꾸는 날이 올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