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마리가 한꺼번에…비 내리자 놀랍게도 '서식지 집단 대이동' 시작한 동물
2025-05-19 09:31
add remove print link
대지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대이동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는 수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진 망월지에서 태어난 새끼 두꺼비들이 본래 서식지인 욱수산으로 집단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례적인 규모의 집단 이동은 지난 16일 비가 내린 직후 본격화됐다. 19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이들 새끼 두꺼비는 약 2주간에 걸쳐 욱수산으로 향할 예정이며,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 생태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망월지와 욱수산은 두꺼비 생태 순환이 이뤄지는 핵심 공간이다. 매년 2~3월이면 약 1000마리의 성체 두꺼비가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내려와 산란을 한다. 특히 암컷 한 마리는 한 번에 약 1만 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들이 부화한 뒤 수천 수만 마리의 올챙이들이 망월지에서 성장해 5월 중순께 새끼 두꺼비가 된다. 이 시기가 되면 이들은 다시 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이 거대한 생명 이동의 시작점이 바로 ‘비’다.
수성구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 대이동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동 경로 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한 펜스를 설치하며, CCTV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구조 활동도 병행한다. 단순한 보호를 넘어 생태계 순환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 활동이다.
욱수산은 단순한 산지가 아니다. 망월지와 함께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두꺼비 서식지이자 생물다양성 보존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매년 펼쳐지는 이 집단 이동은 자연의 경이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으로, 수성구는 이를 지켜내기 위한 정책적·교육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수성구와 환경부는 약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도시생태축 복원사업과 생태교육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생태교육관은 미디어아트 전시실, 생태체험 공간, 두꺼비 캐릭터 ‘뚜비’ 기념품점 등으로 구성되며,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체험형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또한 망월지 인근 지역은 생태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고 생태적 가치를 공유하는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다. 망월지에서 시작해 욱수산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사례다.
망월지는 1920년대 자연적으로 형성된 농업용 저수지로, 현재는 재해 예방 기능과 함께 생태 보존의 거점으로 변모했다. 유건산, 안산, 성암산 등에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은 두꺼비 생육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두꺼비뿐 아니라 멸종위기종인 수달도 서식하고 있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년 비가 내린 직후 펼쳐지는 이 거대한 생명의 이동은 단순한 장관이 아니다. 이는 생태계의 복원력과 지역사회의 협력,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는 인간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수만 마리의 작은 생명들이 무사히 서식지로 돌아가는 이 계절, 자연은 묵묵히 그 질서를 지키고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새끼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서식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망월지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성구는 최근 몇 년간 토지 소유권 문제나 수위 조절 문제 등으로 생태적 위협을 받기도 했으나, 대부분 행정적으로 보존 방향이 강화되면서 현재는 생태 중심 정책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