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75%인데 백신도 없어…코로나 이후 5년 만에 1급 감염병 지정되는 '이 병'
2025-05-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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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75%의 괴물 바이러스, 과연 안전한가?
최대 치사율이 75%에 이르고 아직 백신조차 없는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5년 만에 1급 감염병 목록에 새로운 전염병이 추가되는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감염병관리위원회를 열고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을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간 비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됐던 니파 바이러스는 법적 관리 체계에 포함되면서, 감염자 발생 시 신고와 격리, 접촉자 추적 관리 등의 대응이 의무화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을 위험도와 전파력, 치명률 등에 따라 1~4급으로 나누고 있으며, 1급 감염병은 가장 엄격한 대응이 요구되는 범주다. 현재 에볼라바이러스, 탄저, 페스트,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17종이 1급으로 지정돼 있다. 니파 바이러스가 추가되면 총 18종이 된다.
니파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잠복기는 514일로 추정되며, 니파 바이러스 증상은 고열과 두통이 314일간 지속된 뒤 나른함, 어지러움, 의식 혼란 등의 신경학적인 것들이 있다. 심할 경우 뇌염과 발작, 24~48시간 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증상 완화만 가능하다.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는 박쥐다. 처음에는 돼지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오해돼 '돼지열병'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이후 감염 경로의 근원은 박쥐로 확인됐다. 열대 우림 파괴 등으로 인해 박쥐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양돈 농장 인근 과일나무에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박쥐의 체액이 오염된 과일을 통해 돼지와 사람으로 번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널리 자라는 대추야자나무가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지목된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 지역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 1년 사이 말레이시아에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후 방글라데시, 인도, 캄보디아 등지에서 유행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22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치사율은 발병 지역이나 환자군에 따라 최대 75%에 이르며, 치료 수단의 부족으로 인해 WHO도 주의가 필요한 고위험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의 감염 사례는 없다. 그러나 국외 발생 증가, 높은 치명률, 명확한 치료제 부재 등의 요인으로 인해 방역 관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항공 교통과 무역으로 인한 국제 이동이 활발한 만큼, 국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1급 감염병 지정이 이뤄질 경우, 확진자는 즉시 격리 대상이 되며, 의료기관은 방역 당국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또한 보건당국은 접촉자 추적, 지역사회 노출 차단 등 전면적인 방역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국내 발생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인접 국가에서 유행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감시와 대응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와 협력해 조기 진단, 격리, 접촉자 관리 시스템을 준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니파 바이러스는 단일 사건이나 국지적 감염에 그치지 않는다.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성상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동물 산업 구조와도 직결된다. 치사율은 높고, 치료제와 백신은 없으며, 전파 경로는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또 다른 감염병 위기의 실체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