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감염병도 아니다…전세계 사망 원인 1위
2025-05-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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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심혈관질환의 위험성
건강한 심장을 위한 생활 습관 변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사망자의 약 32%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약 85%는 심장마비(심근경색)나 뇌졸중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암이나 호흡기 질환보다도 높은 수치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이제 심혈관질환은 전 인류가 함께 대비해야 할 보편적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이름 그대로 ‘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모든 질병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고혈압성 심장병, 심부전 등이 있다. 혈액을 온몸에 보내는 심장과, 혈액이 흐르는 통로인 혈관이 손상되거나 막히면, 그 결과는 생명에 직결된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골든타임 내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 심혈관질환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심혈관질환은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이 누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흡연, 음주, 과도한 스트레스, 고지방·고염분 위주의 식단,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등은 모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같은 만성 질환을 방치하는 것도 심혈관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다.
심혈관질환의 주요 증상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뚜렷한 신호가 없어 자칫 간과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 통증이나 조이는 느낌, 팔이나 어깨로 퍼지는 불편감, 숨 가쁨, 현기증, 갑작스런 피로감, 식은땀 등이 있다. 뇌혈관 문제의 경우 한쪽 팔다리의 마비, 말이 어눌해짐, 시야 흐림, 균형 감각 상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찾아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4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혈관질환은 무섭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질병은 아니다. 오히려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상당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대처법은 식단 개선이다.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설탕, 소금 섭취를 줄이고, 채소, 통곡물, 견과류, 생선 등을 중심으로 한 식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심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면 심장과 혈관의 탄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단, 이미 고혈압이나 심장병 병력이 있는 사람은 운동 강도를 전문가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는 말할 것도 없이 필수다. 특히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올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인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심혈관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크다. 1년에 한 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심전도나 심장초음파, 경동맥 초음파 등의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나이에 상관없이 예방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만약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에는 ‘FAST’라는 단어를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이는 얼굴(Face), 팔(Arms), 말하기(Speech), 시간(Tim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얼굴이 한쪽으로 쳐졌는지, 팔을 들었을 때 한쪽이 처지는지, 말이 어눌한지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이 곧 생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심혈관질환은 단지 나이 많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모두가 그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식습관이 서구화됐으며, 스트레스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스로 생활을 관리하는 습관 하나하나가 심장과 혈관을 지켜내는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