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1분 06초 만에…한국 탁구 간판 신유빈, '환호할' 소식 전해졌다
2025-05-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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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대한항공) 단식·여자 복식·혼성 복식 출전해 전승
한국 탁구 대표팀, 2025 세계탁구선수권 3일 차 10경기 중 9승
한국 탁구 대표팀이 2025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3일 차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어갔다. 단식, 복식, 혼합 복식 등 총 10경기 중 9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전 종목 고른 전력과 상승세를 입증한 가운데, 그 중심에는 ‘에이스’ 신유빈(대한항공)이 있었다. 단식과 여자 복식, 혼합 복식 세 종목에 모두 출전해 전승을 기록한 그는 명실상부한 한국 탁구의 간판다운 활약으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3일 차의 시작은 신유빈과 임종훈(국군체육부대)의 혼합 복식 경기였다. 뉴스1에 따르면 이들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대학교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혼합 복식 32강전에서 올라히데 오모타요-카비랏 아율라(나이지리아) 조를 3-0(11-2 11-3 11-4)으로 완파했다.
경기 시간은 단 11분 06초. 초반부터 압도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이 조는 단 한 세트도 5점 이상 내주지 않으며 일방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두 선수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혼합 복식 동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는 검증된 조합이다. 당시에도 조직적인 움직임과 침착한 운영으로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넘어 메달 색깔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출전했다. 이번 완승은 그 다짐의 서막을 알리는 듯한 쾌조의 출발이었다.
같은 날 출전한 또 다른 혼합 복식 조인 오준성-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도 마누쉬 샤-디야 치탈레(인도)를 3-0(11-8 11-9 11-2)으로 꺾으며 무난히 16강에 안착했다. 이로써 두 팀 모두 한차례 더 승리하면 8강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한국 팀 간 집안싸움'이 성사된다.
신유빈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 32강전에서도 조지나 포타(헝가리)-사라 드 누트(룩셈부르크)를 상대로 3-0(11-3 11-7 11-4)의 완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신유빈-전지희 조합의 해체 이후, 새로운 파트너 유한나와 처음 나서는 세계선수권이다. 그러나 두 선수는 첫 대회라는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한 호흡으로 흔들림 없이 경기를 운영하며 2회 연속 메달 획득 가능성을 부풀렸다.
이어진 단식 64강에서도 신유빈은 이오나 신제오르잔(루마니아)을 상대로 접전 끝에 4-2(9-11 11-6 11-5 10-12 11-5 11-1) 승리를 거뒀다. 6게임 중 두 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마지막 두 게임에서 완전히 기선을 제압하며 기량의 격차를 입증했다.
이로써 신유빈은 하루 동안 치른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올라운드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복식에 강한 한국의 전통은 이날도 이어졌다. 장우진(세아탁구단)-조대성(삼성생명) 조는 남자 복식 32강에서 발라츠 레이(헝가리)-사무엘 아파스(슬로바키아)를 상대로 3-0(11-5 11-6 11-9) 완승을 거뒀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조직적인 움직임이 돋보인 경기였다.
여자 복식에서는 김나영-이은혜(대한항공) 조가 나탈리아 바조르(폴란드)-나티아나 쿨루코바(슬로바키아)를 3-1(11-7 10-12 15-13 10-12)로 꺾었다. 두 번의 듀스를 포함한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값진 승리를 거뒀다.
단식에서도 베테랑의 저력이 빛났다. 대표팀 은퇴를 예고한 서효원(한국마사회)은 이탈리아의 조지아 피콜린과의 64강전에서 4-1(11-6 10-12 11-8 11-4 11-8)로 승리하며 마지막 세계선수권 무대를 기분 좋게 이어갔다. 국가대표 ‘라스트 댄스’를 준비 중인 그는 특유의 수비력과 안정감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
남자 단식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졌다. 오준성은 아디트야 사린(호주)을 4-0(11-8 11-5 11-6 11-5)으로, 안재현(한국거래소)은 루카 믈라데노비치(룩셈부르크)를 4-2(11-5 8-11 11-9 9-11 11-9 11-7)로 각각 제압했다. 특히 안재현은 두 차례 동점을 허용했음에도 5, 6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강한 승부근성을 드러냈다.
다만 하루 10경기 중 유일한 패배도 있었다. 남자 복식 임종훈-안재현 조는 모하메드 엘베알리-유세프 아베라지즈(이집트)와의 경기에서 0-3(10-12 10-12 8-11)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메달권 진입이 유력하던 조합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두 세트 연속 10-12로 내준 뒤 흐름을 되찾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이번 대회 들어 한국 복식이 처음 기록한 패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흐름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신유빈은 혼합 복식, 여자 복식, 단식까지 세 종목을 하루 만에 모두 소화하며 전승을 거두는 맹활약을 펼쳤고, 이 가운데 혼합 복식은 불과 11분 06초 만에 끝나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의 활약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탁구의 미래가 여전히 밝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이어졌다.
2025 세계탁구선수권은 아직 중반을 향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날 하루, 한국 탁구 대표팀은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되새길 수 있는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