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도 감싸줬는데…광주에 패한 포항, 연맹에 '무자격 선수 출전' 이의 제기
2025-05-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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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광주의 FIFA 징계 사안은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한 사고”
광주FC의 무자격 선수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포항 스틸러스가 지난 18일 광주와 경기를 한 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문을 보냈다.

포항은 이날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주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4라운드 경기 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공문을 보냈다. 광주가 자격이 없는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냈다는 것이다. 포항은 이날 광주에 0-1로 졌다.
프로축구연맹 규정 '제33조 패배로 간주되는 경우' 제2항에는 '공식 경기에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돼 경기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구단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구단이 0-3으로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앞서 광주는 아사니 영입으로 발생한 연대기여금 3000달러를 송금하지 않아 지난해 12월 FIFA로부터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받았다. 연대기여금이란 선수가 이적할 때 발생하는 이적료 일부를 해당 선수가 12~23세 때 소속됐던 구단에 지급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하지만 광주는 구단의 행정 처리 실수로 해당 사실을 모른 채 10여 명의 선수를 영입·등록해 경기를 계속 치러 왔다.
부실 행정 논란의 과정은 이랬다. 광주는 과거 구단 담당자의 휴직과 이직으로 FIFA의 징계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구단 내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책임은 구단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
FIFA 징계 공문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구단에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FIFA의 징계 공문을 받은 축구협회가 휴직 중이던 구단 담당자 이메일로 해당 사안을 전달했다. 축구협회 또한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업무를 이어간 셈이다.
이런 행정상 공백이 연달아 터지는 사이 광주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10명 이상의 선수를 영입했다. 이는 규정상 명백한 위반이다. 하지만 올겨울 광주에 합류한 선수들은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축구협회에 정상적으로 등록됐고 광주는 K리그와 AFC 챔피언스 엘리트(ACLE), 코리아컵 등 21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무자격 선수 출전으로 현재 몰수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파악한 축구협회는 지난 16일 공지를 통해 "광주의 FIFA 징계 사안은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로 인한 사고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에 출전한 광주 소속 해당 선수들은 '무자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경기 결과를 번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치러진 경기 결과를 인정해 선수들의 자격을 보장하고 리그와 대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알렸다.
축구협회는 해당 판단이 상위기관인 FIFA와 AFC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광주의 사안에 대해 FIFA와 AFC 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다. '고의성이 없는 행정 실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추가 소명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부터는 FIFA와 AFC의 판단이 중요하다.
다만 앞서 축구협회가 광주의 FIFA 징계에 관해 경기 결과를 번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볼 때 하위기관인 프로축구연맹이 축구협회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팀의 행정 또한 프로여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