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마리 5000만원에 사겠다” 정부가 애타게 찾았던 동물, 드디어...

2025-05-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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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 케프리의 상징으로 숭배받던 곤충의 정체

똥을 공처럼 굴려 생태계의 숨은 청소부 역할을 하는 곤충. 사실상 절멸했다는 판단을 받았던 곤충. 한국 정부가 복원을 위해 50마리를 5000만 원에 사겠다는 공고를 낸 적이 있는 곤충. 소똥구리다.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신 케프리의 상징으로 숭배받던 곤충인 소똥구리에 대해 알아봤다.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소똥구리는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말똥구리, 강랑, 퇴환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외국에서는 풍뎅이과로 통합 분류되기도 한다. 소똥구리는 소, 말, 인간, 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먹이로 삼는다. 특히 잡식동물의 배설물을 선호한다. 영양소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똥구리의 소화기관은 똥에 남은 미량의 영양소를 걸러내는 데 최적화돼 있다. 먹이를 섭취하면 거의 즉시 배설을 시작하며, 먹는 것을 멈추면 배설도 멈춘다. 소똥구리는 12시간 이상 먹고 배설한다. 그 양이 자기 체중을 초과한다. 똥은 영양소 함량이 낮아 대량 섭취가 필요해서다.

소똥구리의 가장 독특한 습성은 배설물을 공처럼 뭉쳐 굴리는 행동이다. 다른 똥풍뎅이류는 배설물 아래에 구멍을 파고 그 자리에서 먹는 데 반해 소똥구리는 배설물을 둥글게 뭉쳐 뒷다리로 굴려 은신처까지 운반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소똥구리와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패배한 개체가 미련 없이 새 똥을 찾아 떠난다.

소똥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소똥구리 / 국립생물자원관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를 다른 개체가 도와주는 듯 보이는 행동은 실제로는 먹이를 훔치려는 시도다. 번식기에는 똥 공을 서양배 모양으로 빚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똥 공 안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하며, 손상 부분은 자기 배설물로 보수한다.

소똥구리의 생태적 중요성은 똥을 빠르게 분해해 환경을 정화하는 데 있다. 초식동물의 똥에는 거친 섬유질이 많아 박테리아가 분해하기 어렵지만, 소똥구리는 이를 먹어치우고 쉽게 분해되는 형태로 배출한다. 환경부는 소똥구리가 소의 분변을 처리하며 메탄가스 발생을 간접적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호주에선 소똥구리가 없어 소 배설물이 쌓이며 파리와 같은 해충이 급증했다. 1년에 20만 헥타르의 목초지가 ‘똥밭’으로 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똥구리를 수입해 정착시켰다. 소똥구리의 생태적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한국에서는 농약 과다 사용, 농기계 상용화, 축산 환경 변화로 소똥구리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69년 이후 공식 채집 기록이 없다. 국립생물자원관에는 1966년 이전 남북한에서 채집된 17개 표본만 남아 있다. 소똥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국가생물적색목록에 지역절멸종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항생제가 포함된 배합사료와 목초지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왕소똥구리와 긴다리소똥구리도 발견 기록이 뜸해졌다.

환경부는 2017년 토종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살아 있는 소똥구리 50마리를 5000만 원에 사겠다”는 공고를 냈다. 이 소식이 포상금으로 와전되며 전국에서 소똥구리 제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소똥구리와 비슷한 보라금풍뎅이였다. 소똥구리는 1.3cm 크기에 광택 없는 검은색이며, 앞발이 확장돼 똥을 쉽게 파낸다. 반면 보라금풍뎅이는 파란빛 광택이 특징이다. 결국 한국에서 개체를 찾지 못한 정ㄹ부는 2019년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들여왔다. 국립생태원은 서식 환경 분석과 사육 조건 연구를 진행해 200마리를 증식했고, 2023년 10월 13일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 방사했다. 2022~2023년 추가로 830마리를 들여와 증식한 개체도 포함됐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한우가 방목되고 모래 토양이 소똥구리 번식에 적합해 방사 장소로 선정됐다. 환경부는 단계적 복원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인간과 멸종위기종이 공존하는 기반을 만들 방침이다.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소똥구리 / 환경부 유튜브

소똥구리 생태적 특징은 이동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낮에는 태양의 편광 패턴을, 밤에는 은하수의 빛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다. 생물계에서 유일한 능력이다. 번식 과정도 독특하다. 어미는 똥 공에 알을 낳고 떠나며, 애벌레는 똥 공 안에서 성장한다. 긴다리소똥구리처럼 어미가 곁에 머무는 종도 있다. 애벌레는 똥 공의 벽이 손상되면 자기 배설물로 보수하며, 성충이 되기 전 단단한 똥 공을 뚫어야 한다.

소똥구리는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똥 공을 굴리는 모습이 태양의 움직임을 닮았다고 여겨 신성시됐다. 소똥구리 모양 장식은 케프리 신과 연결되며, 미라 부활 신앙과도 관련 있다. 이솝 우화에서는 소똥구리가 독수리의 알을 깨뜨리는 이야기로 약자의 힘을 강조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평화’에서는 소똥구리를 키워 제우스의 궁전에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현대 창작물에서도 소똥구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면라이더 블레이드’의 스캐럽 언데드,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똥 공을 굴리는 소똥구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라바’의 브라운 캐릭터로 소똥구리가 친숙하다. 실제 목격할 수 없는 곤충을 작품 캐릭터로 사용한 데더 소똥구리란 곤충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소똥구리 / 환경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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