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다고 만졌다간 치명적...요즘 서울 도심에 자꾸 나타나 난리 난 '위험 동물'
2025-05-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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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도심에 자주 출몰하는 위험 동물, 먹이 주거나 만지는 건 금물
최근 서울 도심에서 야생 너구리가 빈번하게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20일, 도심에서 포획된 야생 너구리와 진드기에서 치명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너구리와 진드기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병원체가 검출됐으며, 죽은 너구리에서는 렙토스피라 병원체도 확인됐다. SFTS는 주로 진드기에 물렸을 때 전파되며, 고열과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위험한 질병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SFTS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약 32%에 달해 주의가 필요하다.
렙토스피라는 감염된 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되는 세균으로, 상처나 점막을 통해 인체에 침투하거나 오염된 물과 접촉할 때 감염될 수 있다. 발열, 두통, 심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외에도 야생 너구리에서는 개허피스바이러스, 개코로나바이러스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병원체도 다수 발견됐다. 다행히 물림 사고 시 가장 우려되는 광견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면적의 약 32%가 너구리 서식이 가능한 지역으로, 25개 자치구 중 24개 지역에서 너구리가 목격되고 있다. 특히 너구리 구조 건수는 2022년 63건, 2023년 78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1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시민과 너구리의 접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양천구 일대에서는 개선충에 감염돼 털이 빠진 너구리가 연이어 목격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야생 너구리를 대상으로 인수공통감염병 10종과 개과 동물 주요 질병 13종에 대한 질병 모니터링을 연중 상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모니터링은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의 협조를 받아 도심 공원과 주택가에서 구조된 너구리의 시료를 채취해 진행된다. 단순 병원체 검사뿐 아니라 부검과 병리조직검사까지 병행해 질병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는 서울시의 야생동물 보호 및 반려동물 방역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야생 너구리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긍정적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야생동물에게 절대 먹이를 주지 말고, 먼저 다가가거나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주성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모니터링은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에 기반한 능동적 대응"이라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역 및 보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초 계남근린공원에서는 병에 걸린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는 등산객의 제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도시화로 인해 너구리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아 도심으로 나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야생 너구리를 발견했을 때는 절대 접촉하지 말고 사진촬영 등 자극이 될 수 있는 행동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먹이를 주는 행동은 야생동물의 도심 출현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만약 이상 행동을 보이는 너구리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관할 구청이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접촉·물림 사고 발생 시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