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kg 거대한 몸집…6마리 집단 탈출해 서울 도심 초토화시켰던 '멸종위기' 동물
2025-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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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어린이대공원 아시아코끼리 탈출 사건

2005년 4월 20일,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공연 준비 및 퍼레이드를 위해 외부 업체에서 데려온 아시아코끼리 6마리가 갑작스럽게 탈출하며 서울 도심을 휘젓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사건은 큰 충격을 주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건은 아시아코끼리들이 공연 전 산책 겸 퍼레이드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어린이대공원 내에서 약 50마리의 비둘기 떼가 과자 봉지를 쪼아 먹다 코끼리들의 발소리에 놀라 갑자기 날아올랐다. 그러자 겁이 많은 코끼리들이 공포에 질려 괴성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코끼리들은 지름 5cm 강철 펜스를 부수고 어린이대공원 정문을 빠져나갔다. 당시 코끼리들은 좁은 공간과 빡빡한 공연 일정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였으며 이는 탈출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중 2마리는 2003년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유사한 탈출 소동을 일으킨 전력도 있었다.
탈출한 코끼리들은 서울 광진구 일대를 누비며 주민들에게 공포를 안겼다. 코끼리 6마리 가운데 1마리는 경찰서 근처에서, 또 다른 1마리는 아차산역 사거리에서, 그리고 1마리는 서울 구의동 주택 마당에 들어가 정원을 망가뜨리다가 조련사들에게 붙잡혔다.

당시 가장 큰 소동은 나머지 3마리가 서울 화양동의 '미가(味家)'라는 식당에 유리문을 부수고 난입하면서 벌어졌다. 이들 코끼리는 식당 내부를 완전히 파괴하며 집기를 부수고 벽에 구멍을 냈다. 당시 식당 종업원은 공포에 질려 숨었고 코끼리가 상을 엎는 사이 간신히 탈출했다.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 매체인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다.
당시 사고로 인명 피해도 있었다. 코끼리 한 마리가 여성을 코로 들이받아 쓰러뜨렸고 피해자는 철문에 부딪히며 두피가 찢어지고 갈비뼈 3대가 부러지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또 다른 행인은 코끼리를 피해 달아나다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피해를 입은 '미가(味家)' 식당의 주인은 처음에는 충격에 빠졌으나 이후 이를 기회로 삼아 식당을 '코끼리 들어온 집'이라는 상호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했다. 이 식당은 사건을 계기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리며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일본 방송사가 리모델링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일본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식당은 서울 건국대 근처로 이전하며 원래 상호인 '미가(味家)'로 돌아갔다.
당시 사건은 약 5시간 만에 경찰, 소방대원과 마취총, 지게차 등을 동원해 코끼리들을 어린이대공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진정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코끼리들의 복지와 동물 공연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코끼리들은 2008년 어린이대공원과의 계약이 종료되자 광주 우치공원 동물원으로 임대 형식으로 옮겨졌다. 2023년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탈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2005년 코끼리 탈출 사건은 다시금 회자되기도 했다.

아시아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는 코끼리과에 속하는 대형 포유동물이다. 아프리카코끼리와 함께 현존하는 두 코끼리 종 가운데 하나다. 주로 인도,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숲과 초원에서 서식하며 해발 3000m 이하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다.
아시아코끼리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 체구가 작고, 귀가 작으며 이마가 평평하고 코 끝에 손가락 같은 돌기가 하나뿐인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시아코끼리 성체 수컷의 어깨 높이는 2.7~3.2m, 몸길이는 5.5~6.4m, 무게는 3~5톤에 달한다. 암컷은 이보다 약간 작다. 피부는 회색으로 주름이 많으며 드물게 털이 거의 없는 개체도 있다. 상아는 수컷에게 주로 발달하며 암컷은 상아가 없거나 짧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초식성으로 하루에 약 150kg의 풀, 나뭇잎, 뿌리 등을 먹으며 물을 마시고 진흙 목욕을 즐긴다 수명은 60~70년으로 야생에서는 천적이 거의 없으나 인간과의 충돌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아시아코끼리는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위협받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며 현재 야생 개체 수는 약 4~5만 마리로 추정된다. 보호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경지 침범, 불법 상아 거래, 동물원 및 서커스에서의 부적절한 사육 환경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