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고작 길이 10cm의 '이 생명체', 놀랍게도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였다
2025-05-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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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비밀, 남극 심해에서 밝혀지다?!
남극 심해 수심 2000m 지점에서 세계 최초로 포착된 10cm 길이의 화살벌레가 생물학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화살벌레는 몸길이는 작지만 초기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해왔던 생명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일 극지연구소 박숭현 박사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화살벌레 발견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통해 남극 중앙해령의 열수분출구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평균적으로 0.5~3cm에 불과한 일반적인 화살벌레와 달리, 이번에 채집된 개체는 무려 10cm에 달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를 초대형 화살벌레로 분류했다. 또 남극 심해 특유의 생태계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유전적 적응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화살벌레는 모악동물에 속하는 플랑크톤으로, 이름처럼 날카로운 화살 형태를 띠고 있으며, 먹이를 공격할 때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몸길이는 작지만, 강모(강한 털)로 무장한 턱 구조를 이용해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 치어를 포식한다. 심지어 몇몇 종은 복어에 들어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신경성 독을 갖고 있어, 생존을 넘어 공격 수단으로도 독을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생물은 바다 표층부터 극지방 심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수심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한다. 국내 주변 바다에도 약 20여 종이 보고돼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열대 해역에서 극지방까지 분포 범위가 넓다. 생김새는 투명하거나 반투명하며, 몸통과 꼬리 양쪽에 삼각형 지느러미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이런 유선형 구조는 고속 수영과 기습 공격에 최적화돼 있다.

섭식 방식 또한 포식자다운 특징을 지녔다. 화살벌레는 주변 환경에 은밀히 머무르다가, 먹이가 접근하면 순간적으로 돌진해 갈고리 형태의 강모로 먹이를 붙잡고, 입안의 날카로운 이빨로 포획한 뒤 빠르게 삼켜버린다. 시각뿐 아니라 진동 감각기관으로도 먹이를 탐지할 수 있어, 바닷속 시야가 어두운 환경에서도 강력한 사냥 능력을 발휘한다.
흥미로운 점은 화살벌레가 자웅동체라는 사실이다. 한 개체가 정소와 난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번식에 유리하며, 수정란은 어미의 몸 밖에서 부화해 곧장 성체로 성장한다. 유생기를 거치지 않는 이 같은 특징은 빠른 개체 수 증가와 생태계 내 지배력 유지에 기여해 왔다.
화살벌레는 외형과 크기만 봤을 때 그저 평범한 플랑크톤으로 보이지만, 생존 방식과 생태계 내 역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초기 해양 생태계에서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했으며, 지금도 특정 지역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포식자다. 이번 남극 심해에서 발견된 초대형 화살벌레는 그런 존재의 진화를 보여주는 단서로, 향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작고 투명한 생명체가 실은 바다 밑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먹이사슬을 장악했던 포식자였다는 점은 생태계 역설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번 발견은 단지 하나의 신기한 생물 발견을 넘어, 지구 생명의 진화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탐사에서는 화살벌레와 함께 총 102점, 무게 350kg에 달하는 열수광석도 수거됐다. 이 열수광석은 남극 중앙해령의 고온 열수가 주변 금속을 용해시킨 뒤 냉각되며 형성된 것으로, 황동석과 섬아연석 등 유용 금속이 포함돼 경제적 가치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극지연구소는 심해 열수 생태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생물 진화의 실마리와 자원 탐사 가능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