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고 심었다간 난리난다…한국에서 단 1개만 키워도 처벌받는 '이것'

2025-05-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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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없이 재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화려한 색상의 꽃에 반해 심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식물이 있다. 바로 양귀비다. 양귀비는 관상용으로 심거나 민간요법에 사용하기 위해 재배했다고 해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완도해양경찰서는 지난 19일 양귀비와 대마 등 마약류 불법 재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육·해·공 합동 단속을 실시해 3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완도해경이 지난 19일 양귀비와 대마 등 마약류 불법 재배가 지속적으로 문제돼 온 완도와 인근 도서지역에서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 완도해경 제공
완도해경이 지난 19일 양귀비와 대마 등 마약류 불법 재배가 지속적으로 문제돼 온 완도와 인근 도서지역에서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 완도해경 제공

이번 단속은 외부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도서 지역의 항구와 해안가, 양식장 주변 등 마약류를 숨기기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단속 결과 전남 신지, 고금, 장흥 지역에서 최소 48주에서 최대 6000주가 넘는 양귀비가 불법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서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단속이 어렵고 주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마약류 밀경작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에 해경은 수사과와 형사기동정을 중심으로 육상과 해상 단속을 실시하는 한편,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목포항공대와 협력해 공중 수색까지 병행하는 입체적 단속을 펼쳤다.

아파트 화단에서도 적발...예쁜 꽃이라 키웠다가 법적 처벌

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 속 아파트 단지에서도 양귀비 재배가 적발되고 있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지난 15일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서 양귀비 31주를 재배한 혐의로 60대 여성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 13일 오전 "한 주민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양귀비가 화단에서 자연 발화했고 올해 주변에서 '양귀비인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꽃이 예뻐서 계속 길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아파트단지 야외 발코니에서 재배된 양귀비를 모두 압수하고 A 씨를 즉결심판 처분했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서장 청구로 약식재판을 받게 하는 제도다.

마약용 양귀비 / 연합뉴스
마약용 양귀비 / 연합뉴스

1주만 심어도 처벌 대상...단속 기준은?

양귀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 없이 재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특히 고의성이 인정되면 단 한 주만 재배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재 경찰은 내부 지침에 따라 50주 미만의 양귀비를 재배한 경우 즉결 심판에 회부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양귀비를 마약이라는 인식 없이 관상용이나 민간요법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의성이 인정되면 단 한 주만 심어도 예외 없이 처벌된다"며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보가 마약류 근절을 위한 핵심 열쇠다"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MBCNEWS

마약용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 어떻게 구별할까?

마약용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는 종이 다르다. 마약 성분(모르핀, 코데인 등)이 포함된 마약용 양귀비의 학명은 '파파베르 솜니페룸(Papaver somniferum)'이며, 관상용으로 흔히 재배되는 꽃양귀비(개양귀비)는 '파파베르 로에아스(Papaver rhoeas)' 등으로 마약 성분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단속용 양귀비(좌)와 비단속용 양귀비(우) / 유튜브 '경찰청 알리미'
단속용 양귀비(좌)와 비단속용 양귀비(우) / 유튜브 '경찰청 알리미'

두 종류의 양귀비는 외형이 매우 흡사해 무심코 보면 혼동하기 쉽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잔털의 유무다. 줄기와 꽃봉오리 등 몸 전체에 잔털이 있는 것은 관상용이며, 마약용 양귀비는 잔털이 없어 매끈한 편이다. 다만 잔털이 있다고 무조건 관상용인 것은 아니다. 아편 성분이 있어 단속 대상인 '나도 양귀비'는 줄기와 잎, 꽃받침 등에 털이 나는 특징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줄기에 털이 있는 나도 양귀비. 일반인은 관상용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열매에서 아편을 추출할 수 있어 단속 대상이다. / KBS 제주
줄기에 털이 있는 나도 양귀비. 일반인은 관상용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열매에서 아편을 추출할 수 있어 단속 대상이다. / KBS 제주

키 또한 다른데, 관상용 양귀비는 50~60cm 정도로 비교적 작은 반면, 마약용 양귀비는 80~150cm까지 자란다. 열매의 형태도 다르다. 관상용은 작고 도토리 모양을 띠지만, 마약용은 크고 둥글며 윗부분에 구멍이 있어 씨앗이 나오는 특징이 있다.

유튜브, 경찰청 알리미

관상용 양귀비 재배할 땐...반드시 품종 확인해야

관상용 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없어 법적으로 재배가 가능하다. 실제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관상용 양귀비 씨앗이나 묘목은 대부분 마약 성분이 없는 품종이다.

하지만 마약용 양귀비와 외형이 매우 유사해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렵고, 단속 기관도 정확한 식별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관상용 양귀비를 재배하더라도 마약용으로 오인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시민농장에 관상용 꽃양귀비가 활짝 피어있는 모습 / 뉴스1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시민농장에 관상용 꽃양귀비가 활짝 피어있는 모습 / 뉴스1

따라서 관상용 양귀비를 재배하려면 품종을 정확히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관상용 양귀비'임을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좋다. 씨앗을 구입할 때도 반드시 품종명을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양귀비 대신 다른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거나, 의심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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