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와 동시에 '태극마크 반납'...한국 탁구계 안타까운 소식 전해졌다
2025-05-21 07:51
add remove print link
32강서 역전패…탈락과 동시에 태극마크 반납
서효원, 눈물의 대표팀 은퇴
38세의 한국 탁구 국가대표 서효원(한국마사회)이 마지막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아쉽게 탈락하며 국가대표 생활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한국 탁구계는 한 시대를 함께했던 베테랑 선수의 이별을 지켜봐야 했다.

서효원은 21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식 32강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레아 라코바츠에게 2-4(11-3 9-11 11-7 4-11 7-11 6-11)로 역전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단식 종목에만 출전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를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날 경기는 사실상 마지막 ‘태극마크’ 경기였다.
1·2회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32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서효원은, 애초 기대했던 일본의 히라노 미우와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라노가 64강전에서 라코바츠에게 2-4로 패하며 탈락했고, 예상 밖의 상대와 맞붙게 됐다. 라코바츠와의 경기에서 서효원은 1게임을 11-3으로 가져가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2게임을 9-11로 내준 뒤 다시 3게임을 11-7로 따내며 2-1로 앞섰다. 그러나 이후 라코바츠의 회전 서브와 변칙 플레이에 흔들리며 4, 5, 6게임을 내리 빼앗겨 2-4로 패했고, 결국 그의 마지막 세계선수권 무대는 16강 문턱에서 멈춰야 했다.
그는 경기 후 “아직도 다음 경기를 위해 보완할 점이 먼저 떠오를 만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가장 좋아하는 탁구를 오래 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걸 이뤄서 만족한다”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서효원은 2006년 현대시멘트 소속으로 실업 무대에 데뷔한 이후 18년간 한국 여자 탁구를 대표해온 수비형 에이스였다. 공격 일변도의 흐름 속에서도 탁월한 수비 능력과 끈질긴 랠리로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해왔고, 국내외 무대에서 다수의 성과를 남겼다.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2011년과 2018년 두 차례 단식 우승을 차지했으며, 실업 무대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다.

국제대회 성과도 눈에 띈다. 서효원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세 차례 연속 출전해 2018년과 2023년 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해 세계무대를 밟았으며, 2024 파리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탈락했지만 해설자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또 다른 방식으로 국가대표의 자부심을 이어갔다.
세계선수권 무대에서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13년 파리 대회, 2019년 부다페스트 대회, 2023년 더반 대회에서는 모두 16강에서 탈락했지만,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진출했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쑨잉사(중국)에게 0-4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그가 세계선수권에서 남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도하 대회는 그에게 마지막 ‘라스트댄스’ 무대였다. 단식 종목에만 전념한 그는 출국 전 “히라노와 32강에서 맞붙는 것이 목표이고,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 라코바츠의 선전으로 희망했던 한일전은 무산됐다. 대신 마주한 32강전에서 그는 특유의 끈기를 보여줬지만 끝내 2-4로 고개를 숙였다.

서효원은 경기 내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라코바츠의 회전량 많은 서브와 변칙적인 리듬에 점차 적응하지 못했고, 연속된 실책이 나오며 흐름을 뺏겼다. 마지막 6게임에서도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결정적 득점에서 밀리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서효원의 국가대표 은퇴는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가 대표팀에 있었던 지난 10여 년간, 한국 여자 탁구는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는 수비 전술의 희소성과 가치를 증명해냈다. 공세적 플레이가 대세인 국제 탁구 흐름 속에서도 수비수로 살아남으며 보여준 노련함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는 20일 도하 카타르 대학교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혼합복식 16강전에서 사무엘 쿨치츠키-수잔나 비엘고스(폴란드)를 3-0(11-4 11-4 11-5)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경기 시간은 불과 16분 29초였다. 이로써 두 사람은 2023년 더반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며 메달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또한 신유빈-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 조와 김나영-이은혜(대한항공) 조는 나란히 여자복식 8강에 진출했다. 특히 김나영-이은혜 조는 ‘메달 후보’로 꼽히던 대만의 쳉이칭-리유준 조를 3-1(12-10 11-8 9-11 11-5)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신유빈-유한나 조는 독일의 아넷 코프먼-시오나샨 조를 3-1(11-8 11-3 4-11 11-6)로 제압하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서효원의 국가대표 은퇴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국 탁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태극마크'는 내려놨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코트 위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