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에서 과일 쳐다보고 안 샀단 이유로 욕먹었습니다”
2025-05-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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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살 것처럼 해놓고 가니까 그랬다... 내가 뭘 잘못했나”

한 시장 상인이 과일을 쳐다보고 그냥 지나친 손님을 향해 “죄인”이라고 소리를 지른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19일 자기가 겪을 일을 공개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 관람 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산책 겸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 들렀다고 밝혔다. 그는 “과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빠가 종종 경동시장에서 사다 주셨다. 늘 싸고 좋다는 말이 생각나 직접 가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 커플은 시장을 한 바퀴 돌며 뭘 살지 둘러보다가 포장 방울토마토를 집어 들고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상품이 싱싱하지 않아 보여서 구매하지 않고 내려놨다.
그러자 상인이 갑자기 비닐을 흔들며 “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섞은 언행을 시작했다는 것이 A 씨 주장이다. A 씨가 직접 겪은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커뮤니티에 공유했고, 실제 대화 내용도 게시물에 첨부했다.
A 씨 남자친구가 "왜 그러냐"고 묻자 상인은 "가니까 소리 질렀다"고 했다. 남자친구가 "우리가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냐"고 따지자, 상인은 “살 것처럼 해놓고 가니까.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말했다. A 씨 커플이 “산다고 한 적도 없다”, “쳐다보는 게 왜 죄냐”고 따지자 상인은 “쳐다본 것도 죄다. 안 살 거면 얼른 가야지”라며 언성을 높였다. 남자친구가 "사과해달라"고 했지만, 상인은 "내 입 가지고 내가 소리 지르는데 그것도 안 되나"라면서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A 씨가 옆 가게 상인에게 상인회 위치를 물었다.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문제의 상인은 상인회 위치를 알려준 상인에게 “왜 직접 데려다주지 그러냐”고 시비를 걸기까지 했다.
A 씨는 “우리는 아무런 다툼도 없이 살아온 평범한 시민인데 과일 한 번 봤다고 이 정도로 시비가 붙는 걸 보니 시장은 중년 남성이나 험악하게 생긴 사람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상인회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친절 교육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말 뿐이었다고 전했다. A 씨는 “결국 상인을 제지하거나 조치를 취할 방법은 없다는 소리였다”며 허탈해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래서 전통시장에 안 간다”, “이런 분위기라면 시장은 스스로 무너질 것”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경동시장이 원래 그렇다. 떡을 살까 말까 고민하며 5초간 쳐다봤는데 ‘안 살 거면 저리 가’라며 할머니가 소리를 지른 적 있다. 근데 어른이랑 같이 가면 아무 말 안 하더라”라면서 “젊은 여자만 만만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가격을 물으면 비닐을 꺼내 물건부터 담는 건 기본이고, 안 산다고 하면 대놓고 욕한다. 어른들에겐 조용한데 젊은 부부나 여성들에겐 목소리를 높인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에 대한 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인들 보호하려고 마트를 쉬게 하는 건 납득 안 간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 상인 문제가 확대돼 전체 상인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