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요…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라는 '이것'의 정체

2025-05-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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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시체꽃의 매력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은 어떤 꽃일까? 바로 라플레시아(Rafflesia)다. 2020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정글에서 발견된 라플레시아의 크기만 해도 가운데 지름이 무려 1.11m였다.

라플레시아. / Birdtolk-shutterstock.com
라플레시아. / Birdtolk-shutterstock.com

라플레시아는 라플레시아과의 한 속으로 수마트라, 자바, 필리핀 등의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분포한다. 종류는 20종 가까이 된다.

라플레시아는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하는 식물이다. 이 종류의 식물들은 잎과 뿌리, 줄기가 없지만 꽃이 잘 발달해 있어 속씨식물 중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꽃을 가졌다. 라플레시아는 꽃잎은 없고, 꽃잎처럼 생긴 육질성의 꽃받침이 있는 것이 신기한 특징이다. 이 꽃받침은 4~6갈래로 갈라지며 꽃 가운데 부분에는 주변에 고랑이 있는 튼튼한 원기둥 모양의 기관이 있다.

수꽃에서는 이 원기둥 위에 많은 수술이 있고, 암꽃에서는 이것 주변에 암술머리에 해당하는 부위가 있다. 꽃 아래에는 비늘조각 같은 포가 몇 개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는 영양기관이 있다. 이 영양기관은 실 같은 세포성 섬유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균사체의 일종으로 숙주식물의 형성층을 통해 퍼진다. 꽃눈은 숙주 안에서 발달하며, 성숙하면 표면을 뚫고 나온다.

라플레시아는 꽃 피는 데 1개월 이상 걸리지만 3~7일만에 금방 져 버린다. 지면 까맣게 변하고 만다.

크기 확인되고 있는 라플레시아. / ferdi awed-shutterstock.com
크기 확인되고 있는 라플레시아. / ferdi awed-shutterstock.com

라플레시아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악취'다. 1876년 라플레시아가 영국에서 열린 박람회에 전시됐다. 이때 꽃이 개화했고 악취 때문에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악취 때문에 '시체 꽃'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라플레시아가 악취를 풍기는 이유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정설은 시체 썩는 듯한 냄새가 꽃가루를 옮기는 파리를 꾀어낸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EBS 컬렉션 - 사이언스

'라플레시아'라는 이름은 이 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라플레시아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영국인,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Thomas Stamford Raffles)'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탐험 대장이었던 래플스는 1818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을 탐험하다 라플레시아를 발견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일본 대중문화에서 라플레시아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포켓몬스터', '유희왕 카드', 닌텐도 사의 '동물의 숲', 애니메이션 '건담' 등에서 라플레시아를 활용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포켓몬 '라플레시아'. / Pokemon.com 공식 도감
포켓몬 '라플레시아'. / Pokemon.com 공식 도감

포켓몬스터에서는 뚜벅초의 진화형으로 '라플레시아'라는 포켓몬 캐릭터가 있다. 강한 악취가 나는 라플레시아의 특징을 반영한 '독가루', 수면가루' 등 향기와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식물원 크리스 소로굿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과학 저널 '식물 인간 지구(Plants People Planet)'에서 라플레시아 42종의 개체 수와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심각한 멸종 위기이며 서식지의 3분의 2 이상이 파괴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2023년 9월 밝혔다.

연구팀은 라플레시아 분포가 종별로 매우 제한돼 있어 서식지 파괴에 특히 취약하다며 42개종의 모든 멸종 위기종을 적색 목록에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각국 정부와 연구센터, 환경보호 단체에 라플레시아 개체군 서식지 보호와 다양성 연구 확대와 인공 번식 연구,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사회 라플레시아 보호 등 행동 계획을 제안했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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